미술계 소식
"우주 탐사,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DDP에 착륙한 톰 삭스
2025.04.24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 20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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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수공으로 쌓아올린 우주, 흔적의 미학.
톰 삭스는 “예술은 남기는 것”이라며, 손끝으로 우주를 다시 조립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착륙한 그의 세계는, 기술과 감정, 유머와 시스템이 교차하는 거대한 탐사의 장이다.
"우리는 날 것 그대로를 자랑스럽게 드러낸다.”-톰 삭스
전세계 미술계에서 현재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는 톰 삭스는 합판, 박스, 테이프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산업 재료를 활용해 대중문화와 기술, 디자인의 상징적인 주요 산물을 브리콜라주(Bricolage∙손에 닿는 대로 아무 것이나 사용하는) 기법으로 정교하게 재제작하는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25일부터 9월 7일까지 DDP 전시1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 톰 삭스 전’은 그의 대표작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Space Program: INFINITY)’를 중심으로, 총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화성은 잊어라.우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톰 삭스
달, 화성, 유로파, 베스타 등 과거의 탐사 미션에 더해, 이번엔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라는 새로운 설정이 가세했다. 탐험은 우주의 끝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향한 여정이 된다.
전시는 총 9개 주요 섹션으로 구성된다. 입구의 정화실(RISCAR)을 시작으로, 채굴지(DIG SITE), 유물관(Astrobiology & Museum), 격리실(Quarantine), 체험형 Lunar Lander까지 이어지며, 관람객은 조각과 설치, 멀티미디어가 결합한 몰입형 우주를 탐험한다. 가장 깊숙한 곳엔 클라이맥스인 미션 관제센터(MCC)와 신작 'Faith'가 기다린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미션을 수행하고 ID카드를 발급받으며 톰 삭스 스튜디오의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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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4일 DDP 전시1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9'로 마련된 톰삭스 한국 첫 개인전 간담회가 열렸다. 2025.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날 한국 기자들을 만난 톰 삭스는 “우주를 탐사하는 일은 결국 인간 자신을 탐색하는 일”이라며, 질문의 방향을 안쪽으로 돌렸다. 예술과 과학, 집착과 유머, 기술과 아날로그 감각을 뒤섞은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가 응축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는 톰 삭스의 최신 대표작을 망라한 전시다. 톰 삭스는 1960~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그램’에 매료됐고, 더 나아가 일상 생활과 소비재에 등장하게 될 선구적인 신기술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써 NASA의 지속적인 역할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양한 우주선 모델과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해 신소재로 제작한 신발, 그의 몰입형 우주 프로그램인 등 우주 관련 작업을 다수 구현했다.
“내일(25일)은 7시간 동안 마라톤 데몬스트레이션을 진행하게 된다."-톰 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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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준비 기간만 18개월이 걸렸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관계자는 “전시의 구성부터 작품의 위치 등을 작가와 세밀하게 협의해 준비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DDP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여성 최초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축물로, 마치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삭스는 “이 건물 자체가 자하 하디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곳은 우주선과 같은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선이 DDP 옥상에 착륙하는 모습을 생각해 봤고, 그 상상이 이번 전시의 작품으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스튜디오 운영 방식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지지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손으로 만드는 예술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29번째 프로젝트이자, 7년 만의 대형 복귀작인 이번 전시는 단지 우주를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DIY와 브리콜라주, 탐사와 환상, 시스템과 유머가 충돌하는 이 거대한 핸드메이드 우주는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더 이상 우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톰 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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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196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1987년 런던 건축협회 건축학교에서 공부한 작가는 1989년 버몬트 주 베닝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조각, 회화, 도자기, 산업 및 그래픽 디자인과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나는 피카소 작품과 화장실 청소 도구 사이에 어떠한 가치 차이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이든, 일상용품이든, 우주선이든 관계없이, 가장 깊이 있고 진정한 관계를 맺으며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자 모든 것에 대해 탐험한다”고 했다.
35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톰 삭스의 작품은 전 세계 유수 미술관을 통해 소개됐다. 초기 전시회에서 작가는 전화번호부와 강력 접착테이프로 사무가구 제조사인 놀의 사무용 가구를 만들었고, 이후 폼 코어와 글루건만을 사용해 르 코르뷔지에의 1952년 주택 집합체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재창조했다. 주요 프로젝트로 자신의 버전으로 다시 만든 아폴로11 달 착륙선과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의 다리와 맥도날드 감자튀김 부스를 그대로 재현한 모델이 있으며, 이는 현재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