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국립현대미술관, '실험영화 거장' 로버트 비버스 영화 15편 상영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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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티로스 Sotiros, 1976-78_1996, DCP, 컬러, 유성, 25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실험영화의 살아있는 거장, 로버트 비버스(Robert Beavers)가 서울에 온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무빙이미지포럼과 함께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29일 월요일 제외)MMCA 서울관 영상관에서 비버스의 주요작 15편을 상영하는 특별 프로그램 '로버트 비버스: 인디비주얼'을 개최한다.
1949년 미국 매사추세츠 출생인 로버트 비버스는 16mm 카메라 하나 들고 유럽으로 떠났던 1967년 이후, 도시의 풍경과 고대 문명의 잔재, 인간의 신체와 자연을 담은 시적이고 감각적인 실험영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은 고전예술의 숭고함과 감정의 미세한 파장을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담아내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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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빛 Still Light, 1970_2001, 16mm, 컬러, 유성, 25분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상영에서 특히 주목되는 키워드는 ‘빛’이다.
'고요한 빛'(1970/2001)에서는 색 필터를 활용한 시각적 실험이, '소티로스'(1976-78/1996)에서는 무릎, 손가락, 속눈썹에 비치는 섬세한 조명의 변화가 인물의 내면을 시적으로 환기시킨다.
그의 후기작 '빛의 색을 담은 그릇'(2000~2007)은 어머니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무대로,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방 안의 물건, 조용한 움직임을 통해 삶과 기억의 정서적 궤적을 화면에 새긴다.
비버스는 단지 시각적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
'스토아'(1991~1997)는 고대 그리스의 회랑에서 울창한 계곡까지 공간의 사유를 영상으로 이어가며, '울타리 극장'(1986–90/2002)은 고전 건축과 사적인 동작(바느질하는 손), 빈 새장과 숲 등을 교차시켜 보는 이에게 시각적 사유의 진동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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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색을 담은 그릇 Pitcher of Colored Light, 2000-2007, 16mm, 컬러, 유성, 23분 (1)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는 29일 오후 2시에는 비버스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대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e-flux 영화 큐레이터), 조인한(EXiS 프로그래머), 변영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함께 자리한다.
사전예약은 22일 오후 6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선착순 120명(무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로버트 비버스의 시적 언어와 대담한 형식 실험을 실제 아날로그 필름 상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MMCA 서울관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의 정수를 보여주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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