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윤범모·유홍준 70대 문화기관장의 귀환…경륜인가, 회귀인가[박현주 아트클럽]

2025.07.21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광주비엔날레 대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세대교체와 감수성의 시험대에 선 문화기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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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최근 문화계에 익숙한 이름 두 사람이 다시 공공문화기관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70대 중후반. 문화행정의 경험과 상징성을 갖춘 이들의 귀환은 문화계에 경륜과 안정감을 더할 수 있을까. 아아니면 세대교체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신호일까.

광주비엔날레를 이끌게 된 윤범모(74) 대표는 민중미술 연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미술사학자로 활동해왔다.

1995년 비엔날레 창설 당시 특별전 큐레이터로 참여했던 그는, 이번 선임을 통해 30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섰다.

국립현대미술관장, 다수의 비엔날레와 대형 전시 기획자로서의 경험은 비엔날레의 정체성 강화라는 재단 측 기대와 맞닿아 있다.

윤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현 관장으로 임명됐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한 이력도 있다. 2023년 3월, 그는 “시절이 바뀐 지금 내 소임도 끝난 듯해 떠납니다. 할 말은 많지만 참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정권 변화에 따른 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유홍준(76)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재청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K-문화강국위원장을 맡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그는, 문화유산 해설의 대중화에 기여한 대표적 미술사학자다. 이번 박물관장 선임에서도 그의 상징성과 국민적 신뢰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전문성과 이력을 가진 이들의 귀환을 단순히 ‘회전문 인사’로만 보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70대 남성’, ‘국공립기관 경력’, ‘미술사학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는 현재 공공기관 리더십의 구조가 얼마나 협소한지 또한 보여준다.

동시대 미술계는 급변하는 감수성과 다층적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젠더 감수성, 탈중심성, 생태 윤리, 기술·미디어 변화 등 새로운 시대적 화두와 감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단지 ‘경험 있는 리더’가 아니라, ‘다르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요구되는 시대다.

특히 공공문화기관의 수장은 단지 행정가가 아니라, 시대와 감각을 매개하는 공적 리더여야 한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두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듣고, 다시 말하는 능력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복귀한 두 기관장은 모두 평론가·전시기획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윤범모 대표는 국공립관과 비엔날레에서 기획 경험을 쌓은 대표적 현장형 기획자이며, 유홍준 관장 역시 미술평론가이자 문화유산 해설을 통해 대중적 기획과 해석의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공공문화기관 수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획자형 리더보다 ‘CEO형’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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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3.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수백억 원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는 기관장의 역할은 단순한 전시 기획이나 방향 제시를 넘어, 기부 유치, 조직 운영, 문화마케팅, 인력 관리 등 총체적 공공경영 능력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전시 개입은 오히려 전문 학예인력의 자율성과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인사는 단지 '누가 다시 왔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에 무엇이 요구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기관장의 귀환은 세대교체나 경륜의 문제가 아닌, 역할과 리더십 구조에 대한 본질적 재점검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변화하는 문화생태계 안에서, 이들의 리더십이 단절이 아닌 연결, 반복이 아닌 전환으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경륜은 의미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감각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경험은 금세 과거가 되어버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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