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2025 SeMA-하나 미디어아트상에 히와 케이·아노차 수위차콘퐁

2025.09.08

신설 영예상에는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

associate_pic
2025 SeMA-하나 미디어 아트상 수상자 히와 케이, 아노차 수위차콘퐁,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이 ‘2025 SeMA-하나 미디어아트상’ 공동 수상자로 히와 케이와 아노차 수위차콘퐁을, 신설된 ‘영예상(SeMA-Hana Media Art Award Honorary Award)’의 첫 수상자로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시상식은 지난달 28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세마홀에서 열렸다. 수상자 3인에게 상금 각 1000만 원과 도자기 트로피가 수여됐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이 상은 하나금융그룹 후원으로 2014년 제정됐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초청 작가 가운데 동시대적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를 국내외 심사위원단이 선정한다.

이번 심사는 쿠라야 미카(요코하마미술관장)를 위원장으로, 엘레나 보그만(비교문학·미디어 연구자), 곽영빈(예술매체학자),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예술감독팀인 안톤 비도클·할리 에어스·루카스 브라시스키스, 최은주 관장이 참여해 8월 11~22일 사전 검토와 26~27일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가렸다.

◆히와 케이: 전통과 제국의학 사이의 균열을 드러내다
히와 케이는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개인적 경험과 구술적 형식으로 대안적 역사를 서술해왔다. 이라크 쿠르디스탄 출신으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비엔날레 커미션 신작 '당신은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2025)는 12분 길이의 단채널 비디오로, 작가가 겪은 허리 통증과 서구 의학 대신 전통 치료사를 찾아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전쟁에서의 침공처럼 쿠르디스탄에 유입된 서구 의학의 기업적 이익 논리”를 비판하며, 선주민 지식과 치유 방식이 배제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심사위원단은 “초인적 영웅이 아닌 연약한 개인으로서의 예술가를 제시하며, 치유와 폭력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드러냈다”고 평했다.

◆아노차 수위차콘퐁: ‘서사’로 열어낸 치유의 의례
태국 출신 영화감독 아노차 수위차콘퐁은 사회적 현실을 영화적 언어로 포착해온 작가다. 그는 동남아시아 영화 제작 네트워크 '전기뱀장어필름’을 공동 설립하며 지역 창작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했다.

그의 커미션작 '서사'(2025)는 2010년 방콕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 시위대 학살 사건을 다룬 가상의 재판 리허설을 담았다. 15주기를 맞아 제작된 이 작품은 사건을 증언하는 유족의 목소리와 영화적 재현 장면을 교차 편집해, 해결되지 않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무의식을 드러낸다. 심사위원단은 “허구의 힘으로 상처의 치유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관객이 영상 속에서 망자와의 만남을 경험하며 일종의 의례적·정신분석학적 장면에 참여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 영예상 첫 수상
올해 새롭게 신설된 영예상은 매체의 경계를 넘어 청년 작가들의 지속적 실천과 성장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첫 수상의 영예는 어니스트 A. 브라이언트 3세에게 돌아갔다. 그는 예술과 관객 사이의 ‘응시’가 만들어내는 관계와 의미, 그리고 이미지·사물·의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탐구해온 예술가이자 평론가다.

비엔날레에 출품한 인터랙티브 조각 '자가 치료'(2025)는 20세기 초 중앙아프리카의 은키시(Nkisi) 조각 양식을 토대로 제작돼, 백남준의 대표작 'TV 부처'(1989)와 나란히 전시되며 흥미로운 대화를 형성한다. 브라이언트의 또 다른 작업 '비행 재킷'(2006–2008)은 지역 공동체의 ‘치킨 파티’ 의례를 기록한 조각과 영상으로, 자본주의의 논리 바깥에서 나눔의 가치를 탐색한다.

쿠라야 미카 심사위원장은 “비엔날레 초청 작가 50팀 중 생존 작가 37팀의 지속적 실천을 주목하며, 사회·정치적 맥락과 기술·자본주의와의 관계를 함께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심사를 통해 ‘깨어 있는 삶 너머의 세계로의 접속’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오래된 열망임을 다시 확인했다”며 “우리 가까이에 있으나 미처 보지 못한 영혼의 세계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이번 비엔날레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국립한글박물관 175억 들여 3년간 공사…2028년 10월 재개관 목표

엄미술관 10주년 기념 근대미술 7인전…남관~배동신까지

김세중미술관, 시·조각·빛·찬미 특별전…김남조·김세중·조광호

케데헌’ 열풍 속 리움미술관, 430년 전 ‘까치호랑이’ 국내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