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서울시립미술관 새 전시 소름 끼쳐" 민원…어떤 작품이길래

2025.08.06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한국계 요하나 헤드바, '그 시계는 항상 틀린다'

미술관 "표현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연령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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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2025.08.06. (자료=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새 전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공개되는 작품이 잔혹하고 기괴해 보기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6일 서울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가 개최된다.

미술관 안 곳곳에서 전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시 작품에 관한 항의 민원이 제기됐다.

주 2회 정도 서울시립미술관을 이용 중이라는 서울시민 A씨는 미술관을 상대로 한 민원에서 "새롭게 전시 예정인 그림을 보고 너무 소름이 끼쳤다"며 "작가는 무언가 예술적인 영감을 표현하려 했을 테지만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너무나 잔혹하고 괴기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 1위라는 척박한 서울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해야 하는데 잘린 목을 들고 있는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하냐"며 "인권의 시대에 맞지 않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 방학이라 아이들도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 아이들에게 이 그림을 보여 줘도 되나 싶다"며 "이런 고차원(?)적인 그림은 전문 갤러리에나 전시하면 좋겠다. 굳이 서울시민들 모두를 위한 공간인 시립미술관에서 이런 그림을 전시해야만 하냐. 즉시 철수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씨가 문제 삼은 작품은 비엔날레 초청 작가 요하나 헤드바(Johanna Hedva)의 '그 시계는 항상 틀린다(와미달)'(2022)와 '그 시계는 항상 틀린다(외치는 자들의 분노)'(2022)다.

이 작품들은 18세기 마법 주문서 '악마학과 마법 개요서'에 수록된 수채화를 재현한 것이다.

'외치는 자들의 분노' 속 주인공은 뱀을 몸에 휘감은 채 참수된 머리를 들고 있다. 이는 가족 구성원에게 가해진 범죄에 대한 여성의 복수를 상징한다.

그림 속 여성이 취하는 자세는 중세 유럽 교회 석조 조형물에 공통적으로 새겨진 실라나히그(나체 여성 조각상으로 과장된 외음부를 가진 것이 특징)다. 그림 속 여성은 악마를 출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들은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고 남성 중심적인 관습과 이해 방식의 모순과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서울시립미술관은 설명했다.

작가인 요하나 헤드바는 1984년생으로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예술가, 음악가다.

이 작가는 에세이 모음집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를 포함한 저서 4권을 비롯해 소설과 시를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베를린 그로피우스바우, 런던 ICA, 런던 티나갤러리, 뉴욕 퍼포먼스스페이스, 서울시립미술관, 제14회 상하이비엔날레 등 국내외 여러 전시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요하나 헤드바의 작품을 문제 삼는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시립미술관은 "비엔날레 준비를 위한 설치 작업 중 부득이하게 관람객에 사전 노출됐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비엔날레 예술감독팀의 기획 방향과 전시 주제에 맞춰 선정됐다고 미술관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은 이 작품 감상을 원치 않는 관람객을 위한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관 입구부터 여러 군데에 이 작품 안내 문구가 설치됐다. 작품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가림막이 설치됐으며 2층 상설 전시장 관객을 위한 별도 가벽 등이 조성됐다.

미술관은 "작품 내용을 소개하는 설명문을 제작해 작품 인근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그리고 해당 작품을 포함해 앞으로 소개될 비엔날레 전시는 아동과 미성년자가 입장하는 데 보호자의 동반이 필요로 하다는 점을 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술관은 향후 전시 준비와 안내 과정에서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술관은 "관람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는 점은 저희에게도 중요한 피드백이다. 향후 전시 기획과 안내 과정에 있어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며 "저희 미술관은 앞으로도 현대 미술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표현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연령과 관람층을 고려한 안내와 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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