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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시대를 가르치다’…최은주 관장, '인도 시인 R. 타고르' 출간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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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은 민족적이면서도 국제적일 수 있다.”
인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빈드라나드 타고르(1861~1941·Rabindranath Tagore)가 남긴 말이다. 시인, 철학자, 교육자, 반식민주의 사상가로 알려진 타고르는 예술을 통해 교육과 사회, 국가의 근본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 '인도 시인 R. 타고르, 미술교육의 개척자 되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타고르의 또 다른 얼굴, ‘예술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조명한다.
책은 타고르의 교육 철학을 중심으로, 인도 근대미술의 민족주의 흐름과 예술학교 '칼라 바반(Kala-Bhavan)'의 교육 실천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20세기 초 식민지 상황 속에서 ‘예술이 민족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지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교육 현장에서 구체화한 타고르의 실천이 오늘날에도 강한 울림을 전한다.
최 관장은 “21세기 미술교육은 정체성과 국제성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타고르가 100여 년 전 산티니케탄에서 실험한 교육은 탈식민주의 미술교육, 글로벌 예술 담론에 깊은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타고르는 예술을 문학과 미술, 음악, 연극, 디자인이 통합된 창조적 표현의 장으로 보았다. 그는 “학생은 단어와 선, 색, 소리, 리듬을 모두 통해 자기를 표현해야 한다”며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의 경계를 부정했다. 이는 오늘날 ‘장르 융합 예술교육’의 선구적 모델로 평가된다.
책에서는 예술학교 칼라 바반의 주요 인물들-난달랄 보세, 베노데베하리 무케르지, 람킨카르 바이지-의 활동을 통해 타고르의 교육 철학이 어떻게 실천됐는지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타고르는 “자기 언어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자존의 시작”이라며 모국어 교육을 강조했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 환경을 추구하며, 인종·국가·종교를 초월한 인류 공동체로서의 교육장을 꿈꿨다.
최 관장은 “타고르가 제시한 ‘보편성과 정체성의 조화’는 오늘날 한국 미술교육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며 “한국적인 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예술교육의 방향을 고민할 때, 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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