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초고가 미술품 거래 ‘0건’…글로벌 미술시장 냉각

2025.10.11

아트넷 발표…상반기 47억 달러 2년 새 40% 급감

온라인 경매도 위축…전년 대비 12.3%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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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 카다키아 크리스티 신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이 크리스티 홍콩 9월 경매에서 피카소 여성의 흉상 경매를 진행했다. 한화 약 354.7억 원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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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글로벌 미술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다.

초고가 미술품 거래가 끊기고, 평균 낙찰가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든 자산이 오르는 시대’에도 예술품만은 역주행 중이다.

글로벌 미술시장 분석기관 아트넷(Artnet)이 발표한 '2025 상반기 글로벌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순수미술 경매 총액은 47억2000만 달러(약 6조5000억 원)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정점이던 2022년 상반기(약 80억 달러)와 비교하면 40% 이상 축소됐다. 작품당 평균 낙찰가는 2만4224달러로 전년보다 6.5% 하락하며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건수와 낙찰률 모두 떨어지며 시장의 상·하단 가격 지지선이 동시에 무너졌다.

특히 5000만 달러 이상 작품 거래는 단 한 건도 없었고, 1000만 달러 이상 거래는 43% 급감했다.

2022년 상반기 13건이 성사됐던 ‘트로피 아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셈이다.

반면 100만~1000만 달러 구간의 거래액은 13.8% 증가하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거품은 빠지고, 실수요 중심의 ‘중간 시장’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장르별로는 초현대미술이 31%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올드 마스터 분야는 24% 증가했다.

2020년대 들어 급등했던 신진 작가군의 시장이 투기 수요 이탈과 함께 식고, 안정적 가치가 검증된 고전 회화로 수요가 이동한 결과다.

온라인 경매도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1억7,190만 달러,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 폭발적 성장을 보였던 온라인 거래가 다시 주춤하며, 시장은 전통 경매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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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분기 국내 경매 결과. 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경매 시장도 냉각
한기는 한국 경매시장에도 깊숙이 번졌다.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 MARKET)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8개 주요 경매사에서 열린 112회 경매의 낙찰률은 50.4%, 총 낙찰액은 564억 원에 그쳤다. 출품작 1만여 점 가운데 절반만이 새 주인을 찾았다.

가격대별 비중을 보면 500만 원 미만 작품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1000만~6,000만 원 구간이 12.8%, 1억 원 이상 작품은 2%에도 못 미친다.

고가 작품 거래가 줄고, 시장이 저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옥션이 상반기 252억 원으로 낙찰총액 1위를 기록했으며, 마이아트옥션이 낙찰률 기준으로 선두에 올랐다. 국내 전체 낙찰총액은 작년 같은 기간(660억 원)보다 16% 감소했다. 상반기 10억 원을 넘긴 낙찰작은 단 한 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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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옥션 9월 경매에 시작가 20억원에 출품된 블루칩 작가 김환기 '봄'은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재판매 및 DB 금지

◆예술의 가격, 다시 ‘본질’을 묻는 시간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선다.

미술품은 비유동성 자산이다. 거래비용이 높고 평가가 주관적이며, 시장 유동성과는 별개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결국 미술은 언제나 ‘늦게 반응하는 자산’이자, ‘현금화가 가장 어려운 자산’이다.

럭셔리 투자지수(KFLII)는 지난해 미술품 부문이 평균 18.3%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고급 와인(-9.1%), 희귀 위스키(-9.0%) 등 수집형 자산 전반이 동반 조정을 겪었다. 초부유층의 소비 위축이 예술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지금의 침체는 자본이 빠진 자리에서 ‘가치의 순수성’이 다시 드러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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