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오세열, 데뷔 60년의 궤적…‘제목 없는 걸작’ 한 자리
2025.08.26
갤러리조은, '오세열: Since1965' 28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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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Untitled, 2017, 117 x 91cm, Mixed media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도 내 작품의 끝을 모른다."
화가 오세열(80)화백의 고백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60년 예술 여정의 태도이자 원칙이다. 출발은 일상이었다. 병뚜껑, 단추, 넥타이, 함지박 같은 사소한 오브제들은 그의 손에서 회화로 탈바꿈했고, 아이들의 장난감 같은 세계는 언제나 화면을 떠돌았다.
서울 이태원 갤러리조은이 오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여는 '오세열: Since1965'는 초기 인물화부터 숫자·기호 연작,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제목 없는 걸작’을 총망라한다.
‘잘 그리려는 순간 순수성이 사라진다’는 그의 신념은 단순한 형상, 즉흥적인 스크래치, 무의식적 색채로 응축되어 있다.
1984년 파리 아트페어 피악(FIAC)에서 한국 작가로 유일하게 작품 판매를 기록한 사건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무대와 교감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입증했다. 그 이후 등장한 숫자 연작은 더욱 도발적이다. 칠판 위의 낙서처럼 반복되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는 완결된 기호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시간이다. 숫자는 언어이자, 삶의 리듬이다.
또 다른 축은 인물화다. 눈·코·귀가 결여된 형상 속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덧입혀진 따뜻한 색채는 상처를 치유로, 절망을 회귀로 전환한다. 그는 언제나 상실과 회복, 파괴와 치유 사이를 오가며 ‘아이 같은 어른’의 내면을 화면에 새겨왔다.
“나는 구상도, 결론도 없다. 시작과 끝은 늘 다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삶을 닮았다. 모든 작품이 ‘무제(Untitled)’로 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순수라는 가치를 지켜온 예술가의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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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Untitled, 2015, Mixed media, 100 x 80 c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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