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라 스칼라 극장장 "정명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르디 지휘자"
2025.06.22
오르톰비나 극장장 내한…부산콘서트홀서 인터뷰
라 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추진 장본인…만장일치 동의
"우리 극장 미래 중심엔 베르디…정명훈이 최고 적임자"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는 9월 부산콘서트홀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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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1일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장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라운드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이스노트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부산=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제가 라 스칼라에 왔을 때 음악감독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지휘자는 누구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휘자가 누구일까 생각할때 정명훈을 떠올렸습니다."
21일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을 찾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장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을 라 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정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르톰비나는 "내가 (정명훈을) 선택했지만 위원회나 밀라노 시장의 만장일치로 모두가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명훈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를 많이 지휘했다"고 했다.
정명훈은 지난달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의 동양인 음악감독은 247년 극장 역사상 최초다. 그는 현재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부터 직을 맡아 2030년까지 수행한다. 오르톰비나의 임기도 2030년까지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에서 데뷔해 9편의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횟수다. 또 2023년에는 라 스칼라 역사상 유일한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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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1일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장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라운드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이스노트 제공) 2025.06.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르톰비나는 동양인 음악감독 선임에 대한 이탈리아 내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냐는 질문에 "20~30년 전이었다면 이탈리아인이 아니란 이유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명훈은 이미 이탈리아인이나 마찬가지다. 베네치아에서 함께 여러번 같이 작업했는데 (정명훈은) 도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농담으로 그에게 '마르코 폴로'라고 했다"고 했다.
올해 2월부터 극장장 임기를 시작한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의 인연은 각별하다. 오르톰비나는 2007년부터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예술감독과 총감독으로 지냈는데, 정명훈은 해당 기간에 많은 시즌 무대에 올랐다.
오르톰비나는 "1992년 까사 베르디에서 여행가이드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투어를 온 미국인의 권유로 라 스칼라를 방문해 정명훈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공연을 봤다"며 정명훈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또 정명훈의 작품 해석 능력을 극찬했다.
오르톰비나는 "(클래식)음악이 우리 세대에 오래되고 옛날의 느낌이 있지만 정명훈은 베르디, 베토벤의 150년 전 음악도 오늘날 현대적으로 들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 스칼라 음악감독은 베르디, 모차르트, 슈만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르톰비나와 정명훈은 베르디로 하나가 되기도 한다. 정명훈은 지난달 음악감독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베르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다. 오르톰비나를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라고 지칭했다.
오르톰비나는 "정명훈은 베르디 작품 지휘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하나"라며 "정말 섬세하고 깊이 있게 베르디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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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778년 문을 연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동양인 첫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72)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05.19. [email protected] |
정명훈은 내년 12월 라 스칼라 시즌 오프닝에 음악감독으로서 첫 무대를 갖는다. 그는 앞서 첫 작품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예고했다. 라 스칼라 극장 향후 계획에는 "베르디의 곡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톰비나도 이날 "라 스칼라가 미래에 더 열려있어야 한다"며 "모든 밀라노 거주자가 '라 스칼라를 가보지 못했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 중심에는 베르디가 있다. 이때 정명훈의 섬세함이 가미된다"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더 가까워지는 것이 정명훈과 라 스칼라가 해야 할 작업이다"라고 했다.
오르톰비나는 부산콘서트홀 개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2027년 개관을 앞두고 조언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복원된 건물이 라 스칼라"라며 극장이 도시에서 갖는 성격을 설명했다.
이어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우스도 이처럼 도시를 상징하고 시민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라 스칼라의 재정의 33%가 후원으로 이뤄진다며, 민간 투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텔로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정명훈의 임명이 이제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며 "아직 논의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 공연) 내한을 올거고 이는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18일 부산콘서트홀을 찾는다. 공연에서 정명훈의 지휘 아래 베르디의 서곡 '운명의 힘'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