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출판보국에서 문화보국으로…'박영사 기념관' 개관

2025.04.24

73년 역사 품은 '벽송 기념관' 등 5월 5일 공개

갤러리박영, 리뉴얼…파주서 문화예술 터전으로

"출판과 예술, 역사적 가치 담은 복합문화공간'

associate_pic
출판보국 - 출판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 나아가 인류에게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영 이념이 담긴 현판 해당 현판을 쓴 인물은 동아출판사 故 김상문 회장이 써준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책도 문화고, 미술도 문화입니다.”

출판사 박영사의 창립 7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 출판의 궤적을 담은 ‘박영사 기념관’이 파주에서 문을 열었다. 책과 예술, 지식과 감성의 결이 교차하는 이 공간은, 출판 명가의 새로운 문화 실험장이자, 파주시 미술문화특구로서의 위상을 더한다.

1952년 부산에서 시작된 박영사의 첫 출판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계몽의 씨앗을 틔웠다. 대중문화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출판사는 ‘박영사’로 사명을 바꾸며, 1970~1990년대 회계학, 법학, 미술사 등 다양한 학술서와 교양서를 통해 한국 지성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파주에 있는 갤러리 박영 전경. 밝고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컬러의 기둥이 갤러리박영 초입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갤러리박영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하다.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리뉴얼한 갤러리박영 입구.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갤러리박영 전시장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갤러리박영 전시장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갤러리박영은 그동안 멤버십 회원에만 공개했던 공간을 전면 공개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공개된 갤러리박영 서가 입구에는 문고판 책이 작품처럼 걸려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갤러리박영의 층고 높은 공간. 이곳에서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촬영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갤러리박영이 공개한 기념관은 박영사가 걸어온 시간을 물리적 공간에 아카이빙한 장소다. 층고 높은 전시실과 채광 가득한 유리홀로 구성된 공간에는 1950~90년대 시대별 주요 도서, 동양미술 단행본, 백과사전과 교과서 등 출판 유산이 시대의 서가처럼 재배치됐다. 전시 콘텐츠로 재해석된 책과 굿즈, 디자인 원고, 초판본이 함께 전시되며 관람객은 ‘읽는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기념관 개관과 함께 열린 기획전 'BAKYOUNG THE SHIFT 10: 지도에서 청사진으로'는 박영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전시다. 2016년부터 이어진 ‘더 시프트’ 시리즈는 출판의 철학을 예술 창작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로, 이번에는 7명의 작가(고형지, 박용호, 신지아, 이아영, 홍시, 최수정, 한윤제)가 공간의 의미를 예술언어로 해석했다.


associate_pic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3대째 갤러리박영을 운영하고 있는 안수연 대표.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박영사 창립 70주년 기념 전시인 '두레문화박영 ‘70展' 이후, 갤러리박영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5월 5일, 파주출판도시 내 새롭게 단장된 갤러리박영은 대중에게 전면 개방된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 출판과 예술,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함께 담아낸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발자취를 되짚는 중요한 자리가 될 예정이다.

이번 공간에는 창업주 故안원욱 회장의 출판 철학이 오롯이 담긴 기념관과 고서 전시관이 함께 문을 연다. 전시장에는 박영사 출판사 본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1950년대 고서부터 출판과 미술, 문화전반에 걸친 한국 지성사의 흔적들이 한자리에 펼쳐진다.

특히 안중근, 안중식, 허백련, 손재형, 김명국, 오세창 등 안 회장이 소장하였던 고미술품들이 전시돼 박영사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간은 유료 멤버십 공간으로 운영되며, 네이버 예약제로 하루 3회(11시, 14시, 16시) 관람이 가능하다.

“책을 단순히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고미술과 동양화, 서예까지 접목해 책을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구성하셨죠"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예전 간송가와의 교류로 제작된 고미술 서적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며 “파주라는 도시가 출판도시를 넘어 미술문화특구로 성장하는 데 갤러리박영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표 교양 총서였던 '박영문고'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281권이 발간된 이 총서는 철학, 윤리, 과학, 정치, 문학 등을 아우르며 국민 교양 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특히 '작고 가볍게,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철학은 오늘날까지 출판의 미감을 전한다.
associate_pic
고향인 전라북도 김제의 감나무밭을 그리워하며 감나무 풍경 작품(작가미상)을 소장하였던 故안원옥 창업주 회장의 소장품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고서 기념관의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벽송기념관 내부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박영사의 출판 철학은 오늘날 예술과 만나며 더욱 다채롭게 확장되고 있다. 고 안원욱 회장의 철학을 잇는 안종만 회장, 안수연 대표는 각각의 방식으로 '문화의 힘'을 현실로 실현 중이다. “문화의 힘, 파급효과는 굉장히 큽니다.” 과거 대통령 훈장을 수훈한 그 벽에는, 지금도 그 말이 낙관처럼 걸려 있다.

오래된 책들 사이,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공간. 출판보국의 철학과 문화보국의 의지가 스며든 이곳은, 한 사람의 의지로 시작된 출판이 세대를 넘어 문화의 유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증명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우주 탐사,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DDP에 착륙한 톰 삭스

“회화는 감각의 피부”…알렉스 카버, 아시아 첫 개인전

김마저 작가 기획 '꺼내진 조각 ‘a’ 프로젝트'…우리옛돌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통신사 문화교류 유산 128점 전시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