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회화는 감각의 피부”…알렉스 카버, 아시아 첫 개인전
2025.04.24
청담동 화이트 큐브 서울서 25일 개막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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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Effigy 2024 (medium res)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인간은 고통을 어떻게 예술로 바꾸는가. 그리고 회화는 어떻게 살아있는 ‘피부’가 되는가.
서울 청담동 화이트 큐브 서울이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작가 알렉스 카버(Alex Carver, 41)의 아시아 첫 개인전 '승화(昇華)'(Effigy)를 25일부터 6월 1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카버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적·정치적 불안과 형이상학적 고통을 회화로 풀어낸 신작 1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Effigy(형상)’는 원래 사람의 모습을 닮은 상징 조각을 뜻하지만, 카버의 회화 안에서 형상은 타오르고 해체되며 결국 ‘감각과 사유의 연기’로 남는다.
불길에 휩싸인 인체, 의료기기의 도면, 피부를 확장하는 장치, 프로타주(frottage) 기법과 기계적 스텐실 스크린은 모두 “회화는 감각의 피부”라는 그의 선언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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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 알렉스 카버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은 단테의 ‘지옥(Inferno)’에서 아홉 개의 원을 내려가는 여정처럼 펼쳐진다. '승화'(2024), '무심한 시선'(2024), '숭배자들'(2025) 등에서 카버는 종교화의 구성과 불길 속에 뒤얽힌 신체를 중첩시키며, 고통과 황홀 사이의 심리적 지점을 파고든다.
그는 수술실의 구조에서 착안한 도면을 배경에 깔고, 화상 환자의 피부를 연장하는 ‘식피 확장기’를 회화 구성요소로 사용한다. 회화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치료와 트라우마의 반복된 층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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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Images_Alex Carver_White Cube Seoul_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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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작가 알렉스 카버 *재판매 및 DB 금지 |
두 번째 공간에서는 인간 형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풍경’ 연작이 이어진다.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2025), ‘견고한 모든 것’(All That Is Solid, 2025)등에서 그는 화상 환자의 무균 순환 시스템 도면을 흐릿하게 중첩하며, 대기처럼 유영하는 회화적 추상을 시도한다.
이 공간은 카버가 회화를 ‘은유적 피부’로 인식하는 지점이다. 그는 배경과 형상을 대등하게 다루며, 회화가 무엇을 재현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기억을 덧입힐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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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Images_Alex Carver_White Cube Seoul_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알렉스 카버는 콜럼비아대학교 MFA, 쿠퍼 유니언 BFA를 졸업하고 뉴욕과 아이다호 보이시를 오가며 활동한다.
회화뿐 아니라 영상, 설치,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2024년 베를린의 크라우파-투스카니 자이들러와 바젤 미술관 Parcours 프로젝트 등에서 주목받았다. 그의 영화는 테이트 모던,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화이트 큐브의 ‘인사이드 더 화이트 큐브’는 기존 갤러리 소속이 아닌 작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카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인간 형상의 중심성을 거부하고 형상과 배경을 대등하게 구성하는 알렉스 카버의 제작 방식은 회화라는 장르가 품을 수 있는 재현의 윤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며, 작가의 예술 실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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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Carver Hollow Fire 2025 (medium res)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