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김윤신·김명희·노원희가 영화로…백지숙·정순민 ‘모은 발 프로덕션’

2026.10.02

정전협정 이전 출생 여성 작가 3인의 삶과 작업 기록

첫 작품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영화 넘어 출판·전시로…“영상 아카이브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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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여성 미술작가 다큐멘터리 발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기존의 천재 예술가의 삶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지숙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2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대신 오래 작업하고 살아남은 여성 미술가들의 삶을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주인공은 올해 91세인 조각가 김윤신이다. 이어 김명희, 노원희가 카메라 앞에 선다. 모두 1953년 정전협정 이전에 태어나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여성 작가들이다. 이들의 생애와 작업을 30~40대 영화인과 미술가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오래오래 살아남을 그들’이 제작된다.

백 전 관장과 정순민 전 아르코극장장이 2024년 설립한 ‘모은 발 프로덕션’이 추진하는 ‘멀리뛰기 프로젝트’다. 전시장 한쪽에서 보조자료로 틀어주는 작가 소개 영상이 아니다. 작가의 삶과 작업을 독립적인 영화 언어로 기록하고 이를 다시 출판과 전시 등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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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백지숙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2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모은 발 프로덕션의 여성 미술작가 다큐멘터리 시리즈 ‘오래오래 살아남을 그들’을 발표하고 있다. 2026.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백 전 관장은 이날 "영상 아카이브로서의 기능"도 강조했다. 살아 있을 때 작가의 목소리와 작업하는 모습,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기록해 작품과 함께 다음 세대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첫 작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임선애 감독의 90분 장편 다큐멘터리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Kim Yun Shin Punches In)’다.

김윤신을 이미 완성돼 미술관에 ‘박제된’ 거장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구순에도 매일 작업하는 한 사람의 현재를 따라간다.

백지숙 모은발 프로덕션 대표는 “주변부화되었던 여성 1세대 조각가의 초상을 예술적으로 복원하려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작가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일상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여성들의 관계와 연대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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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다. 49세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아르헨티나로 떠나 나무와 돌을 깎으며 남미에서 40년 가까이 작업했다.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화는 바로 그 ‘현재의 김윤신’을 좇는다.

임 감독은 “70년 넘게 멈추지 않고 작업해 온 김윤신 작가의 삶은 하나의 대답처럼 다가왔다”며 “아흔이 넘은 김윤신은 지나온 시간보다 아직 오지 않은 다음을 더 궁금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는 오는 6일 개막하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김윤신은 임선애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에도 선다. 이후 포스트 프로덕션을 거쳐 2027년 국내외 영화제와 극장, OTT 등으로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한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촬영 영상 일부는 이미 김윤신의 호암미술관 회고전에 사용됐고, 48분짜리 ‘김윤신: 숨 쉬듯 쉼 없이’으로 다시 편집돼 2027년 EBS에서 방송된다. 지난 6월에는 안그라픽스와 함께 단행본 '김윤신, 전기톱을 든 여인'도 펴냈다. 사진작가 전명은이 김윤신의 작업실을 기록한 전시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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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조각가. 호암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은 발 프로덕션은 영화에 머물지 않고 전시·출판·웹툰·게임·굿즈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제작 초기부터 아카이브 자료를 추적하고 저작권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뒤늦게 ‘위대한 예술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작가의 시간부터 기록하겠다는 시도다.

백 전 관장은 ‘모은 발’이라는 이름이 프랑스 여행 중 본 페탕크 놀이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의 옛 자료를 찾아 동료 큐레이터에게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감독을 섭외하는 과정 역시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며 시작됐다.

다음 카메라는 김명희와 노원희를 향한다. 장우진 감독이 연출하는 두 번째 작품 ‘이동하는 여자, 앰뷸런트 김명희’(가제)는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 노원희 다큐멘터리는 미술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가 연출해 촬영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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