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여체~곰까지 고정수 조각 60년…'도심 속 조각공원’같은 전시

2025.11.11

갤러리 아트릭트 1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최

브론즈·청석·대리석 등 '진짜 조각'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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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작업실에서 고정수 작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풍만한 여체에서 곰의 모성까지, 한국 구상조각의 거장 고정수 작가(79)의 60년 예술 여정을 조명하는 초대전이 서래마을 갤러리 아트릭트에서 열린다. 야외 정원에 놓인 조각들은 도심 속 조각공원처럼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1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되며, 1부(11~12월)와 2부(1~2월)로 나뉜다. 개막 행사는 18일 오후 5시 열린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고정수는 평생 ‘여체조각의 달인’으로 불려왔다. 1977년 이건희 컬렉션에 소장된 ‘연모 12’, 1981년 국전 대상작 ‘자매Ⅱ’ 등은 풍만하면서도 단단한 조형미로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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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트릭트의 야외 전시장. 가운데 브론즈 작품이 고정수 작가의 1981년 국전 대상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는 ‘자매Ⅱ’, ‘기다림Ⅲ’, ‘생각하는 여인’ 등 고전적 여체조각과 함께 브론즈·청석·대리석 등 다양한 재질의 인체 조형물이 갤러리 야외 정원과 실내 공간에 설치된다. 수국과 홍매실, 감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은 마치 ‘도심 속 조각공원’으로 변모했다.

2009년 세종 베어트리파크를 위한 작품 제작을 계기로 고정수는 ‘곰’이라는 존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노트에 “곰의 인내심과 모성은 내가 조형으로 표현해온 여성상과 닮아 있었다”고 썼다. 실제 반달곰을 기르며 외형과 성정을 연구한 그는 ‘곰을 통한 한국적 모성’이라는 새로운 조각 세계를 개척했다. 전시장에는 ‘밝은 세상’, ‘반달곰 태권도 하다’, ‘말뚝박기 놀이’ 등 유머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곰 조형물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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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트릭트 실내 공간에 전시 중인 고정수 작가의 대표작들.  *재판매 및 DB 금지


후반기에는 기존 석재와 브론즈를 넘어 테라코타·세라믹·한지부조·알루미늄 래핑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신작이 공개된다. 점토를 구워 만든 테라코타 조형물은 앤티크한 질감과 작가의 손맛이 살아 있다.

고정수는 최근 인공관절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며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등에서 신작을 발표했다.

이번 아트릭트 개인전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중증장애인 복지시설 ‘소망의 집’을 돕는 기금 마련전으로 진행되며, 국제로타리클럽이 후원에 참여한다.

갤러리 이경택 예술감독은 “신생 갤러리임에도 고 작가는 야외 설치공간에 공감하며 4개월에 걸쳐 자신의 걸작 대부분을 이번 전시에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작가의 생애와 철학이 응축된 이번 전시는 예술로 나누는 연말의 따뜻한 선물”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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