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의수로 붓을 든 화가의 삶의 맥박…석창우 47번째 개인전
2025.10.20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서 11월5~11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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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우 화백. 사진=석창우 화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의수를 착용한 채 붓을 든다. 그러나 그 붓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기도이며, 삶의 맥박이다.
양팔 없는 화가 석창우(71)의 47번째 개인전이 오는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열린다.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을 타이틀로한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이 육체의 한계를 넘어, 믿음과 생명의 자유로 향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미공개 신작과 코로나 시기 대표작 등 40여 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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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우 47-6, 68x70cm, 화선지, 먹, 채색, 2024년. *재판매 및 DB 금지 |
그의 그림은 더 이상 육체의 흔적이 아니다. 그의 대표작인 ‘자전거 군상’을 그린 대형 크로키 수묵채색화는 완벽한 균형으로 달리고 있다. 육체의 결핍이 아니라 영혼의 확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붉은색·노랑·검정의 인물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듯 밀착해 달리고 있다.
힘찬 붓질이 만든 바퀴의 궤적은 삶의 속도이자 신앙의 리듬이다. 그의 몸은 불완전하지만, 화면 속 인물들은 오히려 완벽한 균형으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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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우 2020-1, 92x60cm, 화선지, 먹, 채색, 2020.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작에서는 색과 기호가 더욱 격렬하게 뒤섞인다. 십자가 형태의 색면들이 화면을 뒤덮은 작품에서는, 황색·녹색·적색의 교차가 하나의 거대한 찬송처럼 진동한다.
검은 붓의 흔적은 고통의 파편이자 동시에 구원의 사인이다. 수많은 기호들이 하나의 율동으로 합쳐지며, 그의 화면은 ‘몸의 회화’에서 ‘영혼의 점묘화’로 진화하고 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이라 명명하며, 석 화백의 선을 “삶의 울림을 깨우는 기도”로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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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9. 137x70cm, 화선지, 먹, 채색, 2021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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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3. 75x75cm, 화선지, 먹, 채색, 2021 *재판매 및 DB 금지 |
1984년 산업 현장에서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석 화백은, 의수를 착용한 후 붓을 들고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다.
서예와 크로키를 결합한 ‘석창우식 수묵크로키’는 전통과 현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는 독창적 화풍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믿음과 생명의 선율을 담은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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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석창우 화백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 장면. |
그는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사군자와 전각, 글쓰기를 10년 넘게 반복하며 ‘붓이 몸의 일부가 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의수가 한 몸이 되었을 때, 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호흡이자 신앙의 맥박이 되었다.
그의 일필휘지는 전통 서예의 기운생동을 잇되, 크로키의 속도와 현대적 감각을 함께 품고 있다.
석 화백은 현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을 맡아 장애 예술인의 권익과 창작 활동을 위해 힘쓰고 있다. 'E美지'와 '솟대평론' 발간 등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며, 장애 예술의 공공적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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