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갤러리현대, 김민정 vs 이강승·캔디스 린 개인전

2025.08.26

associate_pic
Minjung Kim, Zip, 2024, mixed media on hanji paper, 131 x 182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는 오는 27일부터 두 개의 전시를 나란히 열어 서로 다른 궤적을 지닌 동시대 예술가들의 세계를 병렬시킨다.

한국화가 김민정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와 이강승·캔디스 린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를 선보인다.

불에 태운 한지와 명상적 반복을 통해 ‘연결’을 사유하는 김민정, 그리고 퀴어 역사·식민주의·억압의 구조를 파고드는 이강승과 캔디스 린의 서사는 서로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과 재료, 사회와 역사를 꿰매어 이어붙이는 ‘바람’의 흐름에서 만난다.
associate_pic
갤러리현대 김민정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민정, 태우기와 반복으로 이어붙인 ‘Zip’
30여 년간 한지, 먹, 불을 재료로 현대 추상의 새로운 어휘를 탐구해온 김민정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Zip' 연작 6점과 아트바젤 2024 언리미티드 섹터에서 호평받은 대형 설치 'Traces'를 국내 첫 공개한다.

한지를 불에 그을리고 지그재그로 꿰매듯 겹쳐 붙이는 과정은 균열을 봉합하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치유의 제스처다.

작가는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맞닿아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Zip’”이라고 말한다. 파괴와 회복, 단절과 연속이 교차하는 그 장면에서, 불꽃의 흔적은 곧 명상의 언어가 된다. 이어지는 'Mountain', 'Timeless' 등의 대표 연작은 바다의 파도와 산의 이미지가 뒤섞이는 지점에서 삶의 순환과 본질적 통일성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이 전시는 2024년 프랑스 남부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재단 중 한 곳인 매그재단에서 개인전 'Mountain'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associate_pic
이강승, 피부, 2024,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45초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강승 & 캔디스 린, 잊힌 기억과 구조적 폭력을 불러내다
2021년 '잠시 찬란한' 이후 4년 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이는 이강승의 두 번째 전시이자 캔디스 린의 국내 첫 갤러리 전시다.

이강승은 퀴어 예술가와 운동가들의 짧은 생애를 기리며, ‘피부’를 기억의 아카이브로 제시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소개된 '무제(피부, 별자리)', 영상작 '피부', 삼베에 금사로 수놓은 자수작 등은 지워진 역사를 다시 별자리처럼 재구성한다.

캔디스 린은 회화, 드로잉, 조각, 영상 속에서 식민주의, 젠더, 인종, 폭력의 잔재를 발효·곰팡이·팅크와 같은 유기적 매체로 드러낸다. ‘먹을 수 있는 드로잉’ '나를 먹어', 가고일 형상의 조각 '구토 시계', 고양이 시점의 애니메이션 등은 인간 중심적 사고의 폭력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동시대의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associate_pic
이강승, 캔디스 린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1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전시는 한지와 불, 피부와 상처, 바람과 기억처럼 서로 다른 매체와 개념을 통해 결국 ‘연결’을 말한다. 김민정이 파괴와 치유를 동시에 품은 종이의 균열을 봉합한다면, 이강승과 캔디스 린은 억압과 삭제를 넘어 목소리를 회복한다.

갤러리현대의 두 전시는 서로 다른 감각의 언어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사회적 모순,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이어질 ‘바람 같은 예술’의 가능성을 동시에 환기한다.  김민정 개인전은 10월 19일까지,  이강승, 캔디스 린 전시는 10월 5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프리즈 사이먼 폭스 “영부인 방문 영광…코엑스 만족·서울에 헌신한다”

부안 석정문학관 기획전시 '아무도 다치지 않는 마음' 개최

키아프 서울, 개막 첫날 9600명 몰렸다…작품 판매도 열기

"발달장애 가족에 도전 기회"…국립현대미술관×안은미 '반짝/번쩍'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