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김혜련, 훈민정음~반구대 연작까지…서울·대구서 '정적의 소리' 展

2025.08.24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서 동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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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Sound of Silence No.11, 2017 oil on canvas 180 x 16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인체 드로잉조차 막막했지만, 자유가 많았다. 독일 숲속 작업실을 무제한으로 쓰며 얽매이지 않는 환경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혜련(59)이 자신만의 언어로 숲의 침묵을 화폭에 옮겼다. 오는 28일부터 10월 25일까지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동시에 열리는 개인전은 제목 그대로 '정적의 소리'다. 서울에서는 ‘그림 숲’을, 대구에서는 ‘별의 언어’를 주제로 쌍둥이 전시가 펼쳐진다.

서울 전시장 1층을 가득 메운 대작은 사계절을 닮은 색의 층위로 숲의 호흡을 전한다. 녹색에서 푸른색, 흙빛으로 이어지는 화면은 반복적 붓질과 덧칠을 통해 생명력의 순환을 드러낸다. 작가는 “인간의 언어가 멈춘 자리에서 비로소 들리는 자연의 소리, 그것이 ‘정적의 소리’”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는 상징과 철학이 스며 있다. 김혜련은 한국 전통 미술과 고대 문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이를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환해 오늘의 맥락 속에 배치한다. 그렇게 그의 작품은 고대와 현대,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적 흐름을 잇는 다리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과거의 기억을 품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형되는 ‘살아 있는 전통’이 드러난다. 서울 전시장 2층에는 먹과 모직을 결합해 완성한 기하학적 추상화 ‘훈민정음’ 연작이, 대구 전시장에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에서 출발한 'Whales of Bangudae'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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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f Silence No.95, 2024 oil on canvas 180 x 160 cm *재판매 및 DB 금지


김혜련은 서울대 독어독문학·미술이론 전공 이후 베를린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카라바조의 명암법, DMZ의 풍경, 고대 관음상, 신석기 문양까지 그의 회화는 늘 자연과 역사, 인간과 정체성을 잇는 질문으로 확장돼 왔다.

대표 연작 '정적의 소리'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을 회화로 번역한 결과다. 2019년 드레스덴 개인전 '정적의 소리-독일 숲'을 시작으로, 반구대 연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그림은 늘 ‘풍경을 넘어선 감각’을 묻는다. 이번 쌍둥이 전시는 그 여정을 한국의 두 도시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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