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작가'전시…김미현 vs 박도윤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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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전시 전경. 고전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은 도자 조각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형성된다. 매끄럽고 정교한 세라믹 표면은 꽃과 뼈, 촉수와 뿌리의 형태를 넘나들며 조각과 장식의 위계를 전복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검은 무지개’가 뜨고, 시간은 반대로 풍화된다. 김종영미술관 별관에서 열린 'CREATIVE YOUNG ARTIST: 창작지원작가'전시는 올해 선정된 김미현, 박도윤 두 작가의 개인전이 나란히 펼쳐진다.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전시로, 김종영(1915~1982)의 추상 조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기획전다.

◆김미현, 검은 무지개의 환상 정원
김미현 작가의 전시 제목은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동화 같은 이름이지만, 정원 속 조각들은 한눈에 봐도 낯설고 위태롭다. 천장에 매달린 작품은 꽃이면서도 뼈고, 촉수이자 샹들리에다. 섬세한 세라믹 조각들이 하나의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고, 고전 조각을 뒤틀듯 장식적 곡선을 따라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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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Moebius Spine, mixed media, 300×120×80, 2025<Helix DNA>, ceramics,steel, 260×55×55cm,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다운증후군, 샴쌍둥이 등 비표준 신체에 대한 조형적 상상에서 출발해, 아름다움과 기괴함, 사랑과 폭력,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그로테스크하게 가시화한다. 특히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을 차용하면서도, 그 질서와 위계를 전복하는 방식은 '21세기 장식의 미학'이라 부를 만하다. 검은 색채의 세공된 질감은 우아하면서도 날카롭고, 조각이 아닌 ‘괴물 식물’처럼 생동하며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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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흰 스크린 위에 반복 재생되는 이미지의 조각들. 사라지는 흔적과 불완전한 메시지, 비어 있는 장면들이 이어지며 시간과 감각의 틈을 구성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박도윤, 역행하는 풍화, 영상 속 조각
2·3전시실에서 이어지는 박도윤 작가의 전시 'Reverse Weathering'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자르고, 쪼개고, 흩뿌리는 방식으로 조각을 확장시킨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흰 스크린들이 터널처럼 늘어서고, 영상은 흑백의 번짐으로 감정과 기억의 파편을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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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의 언어는 침묵 속에서 흘러간다. 침수된 책 더미, 물방울 막 너머 서로를 응시하는 인물들, 사라졌다 되살아나는 발자국. 이 모든 장면들은 '시간의 흔적'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발생한 수많은 ‘사건’으로 제시된다. 조각은 더 이상 물질이 아니라, 이미지의 흐름을 따라 구성된 ‘분절된 감각의 구조’가 된다.

채길원 학예사는 "김미현, 박도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예술의 또 다른 면과 마주하며, 아름답고도 추악한 삶의 진실과 우리가 경험했던 삶의 모습을 다른 방식과 각도에서 다시금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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