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국립현대미술관, 와엘 샤키·아크람 자타리 미공개 대표작 국내 첫 공개

2025.06.02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 소개 전시

과천관서 3일부터 '아더랜드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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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엘 샤키, 드라마 1882, 2024,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8분 16초, ed.57,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 기증,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역사는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해석되고 재연된다.”

극장 커튼이 열리고, 조명이 깜빡이며, 영상 속 배우들이 느릿한 동작으로 시간을 되감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선보이는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는 두 중동 작가의 대표작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오는 3일부터 8월 17일까지 과천관 1원형전시실에서 열린다.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오페라 극장과 영화관 형식을 본뜬 공간이 연출됐다. 커튼과 조명, 좌석이 설치된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어느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다른 세계(otherland)'에 발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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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엘 샤키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로 재현한 민족 저항의 서사…와엘 샤키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54)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영상 설치 '드라마 1882'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이집트의 민족주의 운동의 기점으로 평가되는 ‘우라비 혁명’을 8장의 오페라 형식으로 재현한 48분 분량의 영상 작품이다. 샤키는 직접 극본과 연출, 작곡, 미술까지 도맡으며 회화, 조각, 설치,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제국주의 시기의 역사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특히 꼭두각시처럼 연기하는 배우들과 느릿한 슬로우모션 연출은, 당시 이집트 민중이 서구 열강에 의해 어떻게 조종당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구 중심의 역사 서술을 비판하며, 제국의 시선 아래 은폐된 기억들을 시적으로 호출하는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의 기증으로 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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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람 자타리,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 2013,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2), 컬러, 사운드무음; 빈티지 의자 1개, 스툴 8개, 영상 35분 58초, 1분 20초, 빈티지 의자 85×56×44cm, 스툴 44×37.5×37.5(×8)cm, ed.5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의 편지, 실재한 저항…아크람 자타리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59)는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2013)를 통해 1982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 당시 벌어진 실화를 탐색한다. 작가는 고향 사이다에서 “이스라엘 조종사가 학교 폭격 명령을 거부했다”는 소문을 접한 뒤, 그 실존 인물을 추적해 직접 만나고,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겼다.

작품의 제목은 알베르 카뮈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쓴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착안했고, 영상은 실제 전쟁의 기록 사진과 더불어 한 레바논 소년의 성장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소설, 음악, 시각 이미지가 중첩된 이 작품은, 적대와 대립의 시간 속에서 인간성의 가능성을 성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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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람 자타리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 소장품의 스펙트럼 확장… 문화 향유의 장 열겠다”
이번 전시는 과천관 1원형전시실을 오페라극장 및 영화관 형식으로 연출하여 두 작품의 형식과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특히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은 두 영상 사이에 관람석이 배치되고, 영상과 조명이 연동되며 실감 나는 몰입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와엘 샤키의 '드라마 1882'는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의 기증을 통해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수증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위원회는 2011년 기업CEO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단체로 기증, 전시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후원하고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뉴미디어 소장품의 국제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라며 “해외 작품 수집의 의미를 환기하고, 국민들에게도 다양한 문화 향유 경험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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