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예화랑, 빛나는 세련미…박선기·윤종주·박현주·이환권
2025.06.05
![]() |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예화랑 빛·흔: Light Trace 4인전. 1층 박선기 작품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창덕궁길로 자리를 옮긴 예화랑이 새로운 감각으로 관객을 맞는다.
‘빛·흔: Light Trace’ 전은 박선기, 윤종주, 박현주, 이환권 네 작가가 빛과 그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전시다.
공간은 작가별로 나뉘어 구성되어, 빛의 물리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속성을 따라가도록 연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층에서 박선기와 윤종주의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나는 자연의 불규칙한 모습에 새로운 논리와 규칙을 덧입혀, 시간 너머 정지된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박선기 작가)
박 작가는 크리스탈 비즈를 활용한 대형 설치 작업으로,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과 빛의 흐름을 구현한다. 시선의 각도에 따라 작품은 끝없이 변화하며, 빛이라는 매개를 통해 존재와 공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환기시킨다.
![]() |
윤종주, cherish the time-beyond, 52x76cm(x2), acrylic, medium on canvas,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색은 고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움직인다. 이름 없는 색,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윤종주 작가)
윤종주 작가는 평면 캔버스에 수십 겹의 색면을 중첩시켜, 붓 대신 닦아내는 방식으로 색띠를 형성한다. 물감이 번지듯, 빛도 화면 위를 흘러가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의 작업은 시간과 감정의 자취를 품은 듯, 조용한 흔들림을 감지하게 한다.
2층에서는 박현주 작가의 회화 연작 ‘빛, 그림 (Into light)’이 전시된다.
작가는 검은 바탕에서 시작해 층층이 색을 쌓아가며 점차 밝아지는 과정을 통해, 내면에서 발현된 빛의 순간을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 |
박현주, 낙화(falling flowers) 50.5 ×36cm pastel, watercolor on paper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천랑기청(天朗氣淸)’-맑고 투명한 하늘의 기운,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빛이다.” (박현주 작가)
작품은 조형적으로 명상적이며, 관람자는 그 안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반사된 빛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빛은 존재의 본질이자, 사유의 거울이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이환권 작가의 조각 설치는 전시에 서정적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빛의 부재’인 그림자를 통해 사라지는 기억과 언어화되지 못한 감정을 형상화한다.
![]() |
(좌) 이환권, Babu, h211.5xw24.6xd22.3cm, wood, 2025 (우) 이환권, 병관(Byeong-gwan) h127.2xw27.1xd24.6cm, wood,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잊히는 얼굴들, 기록되지 않은 마음들, 언어에 없는 순간들을 담고 싶었다.” (이환권 작가)
그의 작업은 투명한 형태와 그림자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잔상을 환기시킨다. 존재와 부재, 드러남과 사라짐의 경계가 이완되고 사유된다. 전시는 2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