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코로나로 죽다 살아난 호세 팔라 '숨'~, 화폭에 토했다
2022.11.19
가나아트센터서 한국서 두번째 개인전
신작 'Breathing'·조각 공개...12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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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ynesthesia 2022 Acrylic, oil paint and collage on canvas 182.9 x 365.1 x 7.6 cm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생사의 기로를 가르는 건 '숨'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터진 숨은 그를 살렸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 달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살아난 화가 미국 작가 호세 팔라(49)가 신작 'breathing'을 서울에서 발표하고 있다.
당연시했던 ‘숨쉬기'의 자각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은 겹겹의 물감, 선, 단어, 질감, 콜라주로 숨을 쉰다. 어떠한 형상으로도,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초월적 경험을 생동하는 색감으로 드러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공개한 호세 팔라의 개인전은 2020년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있었던 첫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특히 2021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수개월간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던 작가가 복귀를 알리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더는 그림을 그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반증하듯, 그는 다시 일어나 더욱 강인한 생명에의 의지를 보다 심도 있는 색과 선을 통해 작품에 옮겨냈다. 세 달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서 회복하던 기간 동안에 제작됐다
포스터, 물감, 캘리그래피 등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레이어로 이루어진 호세 팔라의 이번 작품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동안 꾸었던 꿈과 무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는 병상에 누워있던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무의식의 세계에서 유영하는 동안 보았던 무수한 섬광과 수시로 요동치던 다양한 감정들을 추상 회화의 형식을 빌어 전한다. 마치 동맥, 뇌의 시냅스, 혹은 기관지를 연상시킨다. 화면 전체를 덮고 있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처절한 선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사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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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José Parlá 개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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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José Parlá 개인전, 'Breathing' |
쿠바 이민 2세대로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이민자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당대 유행하던 힙합 댄스, 언더그라운드 음악 등의 서브컬처와 해당 활동을 함께 하는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10살때부터 그는 ‘이즈(Ease)’라는 이름으로 마이애미의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댄서이자 거리의 아티스트로 활동했던 이 시기의 경험은 선을 자유롭게 화면에 써내려가거나 두껍게 칠한 물감을 손으로 펴바르는 등의 즉흥적인 신체적 행위를 자연스럽게 작업에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유로운 즉흥적인 작품에서 보이듯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 1904~1980), 사이 톰블리(Cy Twombly, 1928~2011), 조안 미첼(Joan Mitchell, 1925~1992),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 리 크래스너(Lee Krasner, 1909~1984) 등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이론에 영향 받았다.
작가의 신체적 현존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작업 방식과 더불어 캘리그래피는 호세 팔라를 상징하는 방식이자 일종의 서명이다. 마치 벽에 서명을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캘리그래피를 통해 '내가 그곳에 있었다(I was there)'라는 선언문을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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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José Parlá 개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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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José Parlá 개인전 |
이번 전시에는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조각도 눈길을 끈다. 마치 도시의 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작가의 작업이 시작되었던 마이애미의 거리를 연상하도록 하는 동시에 지금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거쳐온 여정에 대한 연대기적 이해를 돕는다.
특히 가나아트센터의 야외 공연장에 설치된 대형 조각은 뉴욕 하이라인(the High Line)에 설치되었던 공공 프로젝트의 일부로,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그 규모에 있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전시는 12월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