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대구미술관, 9일부터 기획전 '때와 땅'···근대미술 뿌리
2021.02.07
개관 10주년 기념전 5월30일까지
1920~1950년대 시대정신 담은 140여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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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가을 어느날', 1934, 리움 소장 |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대구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지역의 근대미술을 조명하는 '때와 땅' 기념전을 9일 개막한다.
'대구 근대미술의 뿌리를 찾아서'를 주제로 대구에 서양화구가 들어온 1920년대부터 6·25동란의 상흔을 극복하는 1950년대까지의 미술사를 다룬다.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 중 하나다. 시대정신을 나타내기 위해 이번 기념전시회의 명칭을 '때와 땅'으로 정했다.
작가 64인의 140여점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의미에서 벗어나 일제강점기 시대적 고난에 맞선 근대 예술가들의 민족정신을 엿본다.
전시는 크게 5부문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구성에서는 대구의 전통 서화가 미술로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3·1운동의 여운이 남아있던 1920년대 미술세계를 볼 수 있다. 특히 1920년대 대구에 서양화구를 처음 들여온 이로 알려진 이상정의 활동이 전시된다.
이상정(1896~1947)은 시인 이상화의 형이자 중국군 장교로 복무한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1923년 대구에 미술연구소 벽동사를 설립, 미술 연구와 교육을 했다. 중국으로 망명 후 전각에 심취한 이상정의 전각을 모아 편집한 인보집 2종을 소개한다. 문학적 소양과 미술에 대한 이상을 담은 글도 볼 수 있다.
서양화 도입 후 대구 최초의 양화 전문단체인 향토회도 만날 수 있다. 김용준 등의 평론가들의 주장으로 향토성 논쟁이 일던 1930년 설립된 향토회의 특징과 이를 이끈 화가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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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쾌대 '군상Ⅰ(해방고지)', 1948, 개인 소장 |
대구가 낳은 한국화단의 대표작가 이인성과 이쾌대의 작품들을 통해 1930~40년대 일제강점기 전후 격동의 모습도 보여준다.이들은 수창학교 동창으로 이인성은 1930년대, 이쾌대는 1940년대가 절정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1934), '경주의 산곡에서'(1935) 중 붉은 흙은 민족이 겪는 비애의 정서를 나타낸다. 붉은 흙은 조국, 즉 땅에 대한 사랑이며 땅이 가진 생명력을 상징한다.
이쾌대의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1940년대 말)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서 정면을 응시하며 휘날리는 바람을 맞고 있다. 혼란스러운 현실 반영과 동시에 극복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다.
'회화 전문(專門)에 들다'를 통해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 미술의 영향도 함께 들여다본다.
회화 외에도 피란 예술가와 대구 작가들의 교류를 보여주는 여러 기록들도 공개한다.
이상화, 현진건, 윤복진 등 화가와 서병오, 서동균, 이인성 등 지역 작가의 교류를 보여주는 여러 저서 등을 전시한다.
근대기 대구문화공간을 광복 전후로 나눠 현재의 대구와 비교해 볼 수 있는 문화지도와 인물지도도 눈길을 끈다.
격동기에 근대미술을 지킨 작가들의 유족 인터뷰와 대구 1세대 미술사가인 권원순의 인터뷰 등도 마주할 수 있다.
최은주 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이인성 작품, 이쾌대 작가 유족이 작품 두 점씩을 대여해 줬다. 전국의 근대미술 소장자들의 도움으로 140여점을 전시하게 됐다"며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로서 대구가 지닌 문화적 자양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시로, 시민들이 대구 예술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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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기념전 '때와 땅'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