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만지고, 안고, 기대고…고정수의 '부드러운 곰 조각'의 위로
2025.07.25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1층 야외 열린공간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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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조각놀이터. 고정수, 한마음 한가족,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곰 다섯 마리가 다정히 어깨를 기대고 있다. 서로의 눈을 가리거나, 머리를 부비거나, 엉덩이를 맞댄 채. 빨강, 파랑, 노랑, 초록, 흰색, 색도 다르고 포즈도 다른 이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 있다.
"색이 다르고 포즈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가족처럼 연결되어 있죠. 우리 사회도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절실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원로 조각가 고정수(77)의 신작 공기조형물 '한마음 한가족'이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1층 입구 야외 열린공간에 선보인다.
오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고정수의 부드러운 조각 놀이터'로, 조각을 '유희'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철학을 따뜻하게 풀어낸 자리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모두를 위한 작품’을 지향한다.
이번 고정수의 공기조형물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더 많은 관람객이 작품을 만지며, 안으며, 때론 앉으며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는 ‘촉각 조각’의 접근성 실험이자, 유희를 통한 치유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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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조각놀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정수의 곰 조각은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선다.
2006년 세종시 베어트리파크에 첫 곰 조각을 설치한 이후, 그는 곰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 유년의 기억, 상처, 치유의 서사를 쌓아왔다.
이번 신작에서도 그는 “예술가로서 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따뜻한 형태로 ‘괜찮다’, ‘너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각은 더 이상 단단한 재료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기조형물이라는 유연한 매체를 통해 그는 조각을 놀이처럼,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감각으로 바꿔 놓았다. 관람객은 곰 조각과 함께 앉고, 기대고, 포옹하며 ‘부드러운 관계 맺기’를 체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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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고정수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정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원로 조각가로 고대 불상과 인체 미학을 결합한 한국적인 여성상을 선보여‘여체 조각의 개척자’로 유명하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1979년 문화공보부 장관상, 1981년 대상을 받았다. 1985년 금호문화재단 금호예술상, 2013년 문신미술상 등을 수상했고,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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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조각놀이터. 고정수, 한마음 한가족, 2025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전시장 안에서는 기획전 '앉거나 서거나 누워있는 2부: 1970-80년대 한국 구상조각가의 인체조각'이 동시 개최된다.
고정수를 비롯해 백현옥, 이정자, 황순례, 민복진 등 5인의 조각가가 참여하며, 197080년대 인체조각 23점을 통해 한국 구상조각의 흐름과 조형미학을 함께 조명한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22년 3월 4일 개관했다. 한국 현대조각의 초석을 다진 양주 출생 조각가 민복진(1927~2016)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전시실은 1층 기획전시실, 2층 상설전시실로 운영된다. 2층 상설전시실은 개방형 수장고로 운영되며 드로잉 체험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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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기획전 [앉거나 서거나 누워있는 2부] 전시전경 (고정수, 두상, 1988)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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