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뮤지엄한미, '김영준· 지원김' 2인전…익숙함을 흔드는 이미지들
2025.07.25
'24/25 MH Talent Portfolio' 프로그램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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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 MH Talent Portfolio〉 프레젠테이션 중인 지원김 작가 ⓒ 뮤지엄한미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익숙한 이미지일수록 더 낯설다.
김영준과 지원김은 ‘보는 것’에 길들여진 감각을 비틀고, 신체와 제도 사이의 틈을 사진이라는 언어로 다시 짠다.
25일 개막한 뮤지엄한미 삼청별관의 '김영준 · 지원김' 2인전은 '24/25 MH Talent Portfolio'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2015년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 프로그램은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국내 30~40대 작가들의 성장과 지속적인 활동을 도모하고자 기획되었다. 단순한 작가 소개를 넘어, 구상 중인 작업이 미술관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여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올해 2인전 작가로 선정된 김영준과 지원김은 각각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과 시선에 주목해왔다.
특히 두 작가는 신체를 하나의 조형 언어로 확장함으로써, 익숙한 감각 체계와 제도적 구조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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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유사성 Resemblance〉 딥티크, 2007-2023, Inkjet print, 각 79.1x100cm ⓒ 김영준 *재판매 및 DB 금지 |
◆ 유사한 사물, 다른 시선…김영준
김영준은 사진으로 조각한다. 조각으로 훈련된 그의 시선은 평면 위의 피사체를 ‘입체적인 조형물’로 다룬다. 홍익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프랑스 렌 보자르와 파리8대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사진을 전공하며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작 '유사성'(2007–2023)에서 그는 다리, 나무, 돌멩이처럼 익숙한 대상을 기존 맥락에서 분리해 재배열한다. 그 결과, 사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고유한 조형 언어를 획득하게 된다.
프랑스 유학을 거친 그는 아시아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과 신체의 유사성과 차이를 병치시키며, 익숙함과 낯섦 사이, 재현과 구조 사이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어긋남을 통해 사진이 지닌 조형적 가능성을 확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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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김, 〈Kunstmuseum Stuttgart〉, 2015, Inkjet print, 110x82cm ⓒ 지원김 *재판매 및 DB 금지 |
◆검은 머리카락 한 올…지원김
지원김의 연작 〈The Hair of the Artist〉(2012–2020)는 조용하지만 급진적인 질문을 던진다.
8년간 세계 주요 미술관 150여 곳을 방문하며 작가는 단 한 올의 ‘자신의 머리카락’을 몰래 남겼다. 바스키아,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 위에 떨어진 그 검은 머리카락은 시각적 권위와 제도적 위계에 개입하는 은밀한 저항이자, 제도의 틈에 자신을 스며들게 하는 전략이다.
지원김은 독일 유학 시절부터 감각적 위트를 장착한 개입 작업을 이어왔으며, 사회 제도와 개인 신체 사이에 놓인 긴장을 사진·영상·설치로 치환해왔다. 서울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한 후, 독일 브라운슈바익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디플롬과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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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 MH Talent Portfolio〉 프레젠테이션 중인 김영준 작가 ⓒ 뮤지엄한미 *재판매 및 DB 금지 |
26일 두 작가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 8월과 9월에는 직접 진행하는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전시 도록에는 전시된 작품 외에도 김영준의 '유사성', 지원김의 'The Hair of the Artist' 연작 중 미공개 작업 일부가 수록되며, 작가의 작업 노트와 기획을 맡은 정지윤 학예사의 기획 노트도 함께 실려, 두 작가의 예술적 구축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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