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친구 아들 손에 닿은 슬픈 이중섭…'시인 구상의 가족' 70년 만에 경매
2024.04.12
케이옥션 4월 경매 출품…1955년 작품 14억에 시작
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oil and pencil on paper 32×49.5cm. 1955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중섭의 '시인 구상의 가족'이 70년 만에 경매에 출품 됐다. 1955년 이중섭이 시인 구상에게 준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 있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24일 오후 4시 여는 4월 경매에 이중섭의 1955년 작품 '시인 구상의 가족'을 출품한다"며 "시작가는 14억 원이 매겨졌다"고 12일 밝혔다.
4월 경매 도록 표지로도 장식한 이 작품은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1955년, 이중섭은 서울의 미도파화랑(1955.1.18-27)과 대구의 미국공보원(1955.4.11-16)에서 연 개인전이 흥행하자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과 재회를 꿈꾸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신문의 호평과 절반 이상의 작품 판매가 이뤄지며 성공적인 전시로 보였지만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작품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없게 됐다.
희망이 좌절된 이 때 이중섭은 오랜 친구인 구상의 왜관 집에 머물러 있었다. 구상이 아들과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아들이 생각났다. 약속한 자전거를 사주지 못한 부러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그 행복한 가족의 현장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화면 우측에 덩그러니 그려 넣었다. 시인 구상에 의하면 자신이 아이들에게 세발자전거를 사다 주던 날의 모습을 이중섭이 스케치하여 “가족사진”이라며 준 것이라 한다.
케이옥션에 따르면 이 작품 속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화면 왼쪽 끝에서 구상의 가족을 등지고 돌아선 여자아이로, 이소녀는 구상의 집에서 의붓자식처럼 잠시 머물던 소설가 최태응의 딸로 이중섭은 소녀와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특징은 이중섭의 손이 원근법을 무시하고 구상 아들의 손과 닿아 있는 것이다. 이중섭의 다른 작품에서도 길게 늘어난 팔이 가족, 동물, 타인들과 연결되는데, 이는 그만의 고유한 기법으로 현실을 잊고 싶은 이중섭 마음 속 이상 세계인 듯하다. 수없이 연필로 그은 선위에 유화물감으로 칠한 필력에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새겨있다.
추정가 9억5000만~12억원에 나온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 - 1954 French Jazz (Complete set of 20) pochoir sheet 41.9×65.1cm, 20 works (edition 128/250)1947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케이옥션은 4월 경매에 이중섭 작품을 비롯해 김환기 뉴욕 시대 점화 작품(시작가 35억 원)등 총 130점 약 148억치를 선보인다.
이번 경매에는 앙리 마티스의 아티스트북이 국내 경매에 최초로 출품되어 주목받고 있다. 추정가 9억5000만~12억 원에 나온 이 책은 20점이 완전한 세트로 출품되는 일이 드물어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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