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박현주 아트클럽]아버지 증오했다 '거미 엄마'된 '루이스 부르주아'

2022.01.21

기사내용 요약

'20세기 최고의 페니미즘 작가' 세계적 조각가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 유명...리움→호암미술관에 설치
국제갤러리서 한국 여섯번째 개인전 16일 개막
2010년 타계후 11년만...'유칼립투스의 향기'
트라우마 극복 자전적 이야기...'치유의 미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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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용인 호암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 거미 조각 '마망'. 사진=호암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영화에 '스파이더맨'이 있다면, 미술에는 '거미 엄마'가 있다. 스파이더맨이 스크린에서 세상을 구한다면,  '거미 엄마'는 진짜 현실에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일명 '거미 엄마(Spider maman)'로 불리는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다. '루이스 부르주아'. 그 이름만으로도 장르가 된 '20세기 최고의 페니미즘 작가'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연민했던 어린 여자 아이였다. 상처를 딛고 '20세기 최고 조각가'가 된 그녀는 '치유의 미술' 상징이기도 하다.

◆'거미 엄마' 루이스 부르주아는 누구"
 
1911년 프랑스 출신으로 27세에 미국인 미슬사학자와 결혼하면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60년 가까이 무명 시절을 보내다 70세가 넘어 찬란한 작가로 빛을 냈다. 1982년 70세에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회고전을 열면서다. 이후 내공은 거침없이 발휘됐다. 80세인 1999년, 작품을 출품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부르주아의 작품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건 자신을 내놓은 '고백 예술(confession art)'덕분이다. 어린시절 트라우마와 화해하기 위해 분투했던 작업은 동시대 현대미술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불륜'을 목격했다. 자신의 가정교사와 한 침실에서 나오는 아버지는 당당했다. 외도를 어린 부르주아에게도 숨기지 않았다. 어머니는 10여년간 아버지의 불륜을 묵묵히 받아들이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를 연민했던 그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세상 혼자되어 아파했다. 그러다 미술로 돌파구를 찾았다. 1930년 19세에 소르본대학 입학해 대수학과 기하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에꼴 데 보자르에 다시 입학 미술공부를 했다. (당시 아버지는 "현대 예술가들은 게으른 낭비자"라며 그녀를 지원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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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뉴욕 웨스트 20번가의 자택 계단에서 내려오는 루이스 부르주아, 1992년 Louise Bourgeois descending the stairs in her home on West 20th Street in NYC in 1992©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Y사진: Claire Bourgeois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부르주아의 대표작이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거미 조각 '마망'은 이때 싹을 틔웠다. 어린시절 환경과 무관치 않다!. 어머니는 태피스트리(tapestry)로 작업장에서 열심히 실을 짓곤 했는데, 거미가 거미줄로 집을 짓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은 어머니가 늘 잡고 있던 천과 바늘을 집어들게 했다. 솜씨좋던 어머니를 거미로 표현하던 그녀는 크고 작은 거미를 만들어내다 1990년대 마침내 거대한 '청동 거미' 조형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름은 ‘마망(Maman).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는데 모성애를 상징한다. 여덟 개의 가늘고 긴 다리를 곧추세우고 서 있는 거대한 청동 '거미 조각'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명소에 6점이 설치되어 있는데 국내에 2점이 있다. 201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과 리움미술관에 설치되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리움에서 용인 호암미술관으로 이동된 '마망'은 호수 주변에 설치되어 묘한 공포감속 숭고함과  압도적인 조형미를 뽐낸다.

높이 9m, 지름 10m의 거대한 거미 조각에 대해 생전 부르주아는 "자기 배에 품은 알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인한 모성애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가늘고 약한 다리는 상처받기 쉬운 여성으로서의 불안한 내면을 표현했다"고 했다. 2010년 5월31일 미국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99세에 타계한 부르주아는 '20세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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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8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95억원에 낙찰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바늘 조각 '콰란타니아'. 현재까지 국내 경매사 낙찰가 최고가로 기록되어 있다.


생전 국제갤러리와 인연으로 2002년부터 한국에서 다섯차례 전시를 열었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거대한 바늘 조각 '콰란타니아'가 2018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약 95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초기 시리즈 중 하나로, 성경 속에서 예수가 40일간 금식할 때 사탄의 유혹을 받은 곳으로 알려진 콰란타니아산에서 작품명을 따 왔다. 작품가격 95억 원은 당시 국내 최고 낙찰가인 김환기 점화(86억 원)을 뛰어넘은 금액으로 국내 경매사에서 거래된 조각품 중 최고가 기록도 썼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 작가의 작품 가격 중 5번째로 비싸게 팔린 작품으로, 현재까지 국내 경매사 최고 낙찰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부르주아의 작품중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1997년에 캐스팅된 ‘거미(Spider)’로 2015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약 2800만 달러에 거래됐다. 조각 회화 설치 회화 판화  수많은 작업을 넘나든 그녀의 작품은 그중에서도 조각이 가장 인기다. 크리스티등 세계적인 경매 거래가 기준 상위 10점 가운데 8점이 ‘거미’ 시리즈, 2점이 ‘콰란타니아’ 시리즈의 조각 작품이다. '전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0명의 가장 잘 팔리는 현대작가'로 여성작가로는 야요이 쿠사마와 함께 이름이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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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1.12.16. pak7130@newsis.com


◆국제갤러리, 10년만에 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유칼립투스의 향기'

"항상 불안해했다. 똑똑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 어린애같이 구는 사람"(부르주아 조수 제르 고르보이의 말)이었던 그녀가 하늘로 떠난지 11년, 국제갤러리가 2012년에 이후 10년만에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전시타이틀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다.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에서 특히 주요하게 조명되는 기억, 자연의 순환과 오감을 강조하는 문구다.

192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인해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나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디렉터는 "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며 "유칼립투스는 무엇보다도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상징적으로 쓰인 매개체로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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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 전시가 개막한 16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 작품 'THE MIRROR'(오른쪽 두번째)와 판화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2021.12.16. pak7130@newsis.com


전시는 '내면으로 #4 Turning Inwards Set #4' 연작으로 선보인다.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 간 작업한 종이 작품들이다. 낙엽 및 식물을 연상시키는 상승 곡선, 씨앗 내지 꼬투리 형상의 기이한 성장 모습, 다수의 눈을 달고 있는 인물 형상, 힘차게 똬리 틀고 있는 신체 장기 등을 묘사한 드로잉들이 눈길을 끈다.

꽃을 주제로한 드로잉에 대해 생전 부르주아는 "꽃은 나에게 있어 보내지 못하는 편지와도 같다. 이는 아버지의 부정을 용서해 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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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루이스 부르주아, 'LEAVES (#4)' 2006, Etching, gouache, watercolor, pencil, ink, colored pencil and fabric on paper 151.8 x 49.5cm, © The Easton Foundation/VAGA at ARS, New York/SACK, Seoul, 사진: Timothy Doyon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꽃을 통해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했던 그녀의 작품은 기억, 사랑, 두려움, 유기 등이 맞물린 그의 복잡하고도 영명 높은 작업 세계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는 이제 '완전한 침묵 속으로 사라진' 그녀가 미술로 치유한 흔적들을 마주하게 한다. 기이한 형상이지만 평온해 보이는 작품은 '미술은 영혼의 치료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는 2022년 1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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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가 열린 16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1.12.16. pak7130@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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