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세포가 된 기억, 풍경이 된 몸…메리코켑 베르하누, 아시아 첫 개인전

2026.06.05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2022년 베니스비엔날레서 주목

에스더쉬퍼 서울, 신작 회화 6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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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CXIV, 2026, Acrylic on canvas, 182.9 x 152.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Photo © Dan Brad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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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꽃처럼 피어난 붉은 형상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세포 같기도 하고 씨앗 같기도 하며, 때로는 군집을 이룬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신체와 풍경, 기억과 생명이 하나의 유기적 질서로 얽혀 있는 세계다.

에스더쉬퍼 서울은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Merikokeb Berhanu)의 개인전 'Cellular Memory'를 9일부터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작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신작 회화 6점을 선보인다.

1977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태어난 베르하누는 에티오피아 모더니즘의 전통과 현대 추상회화를 결합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세포 분열, 배아 형성, 씨앗 발아 등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생명의 근원적 과정을 회화적 언어로 시각화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전시 제목인 'Cellular Memory'는 세포가 과거의 경험과 환경적 자극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생물학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세포는 단순한 생명 단위가 아니라 에티오피아와 미국, 전통과 현대, 자연과 기술 사이를 오가며 형성된 문화적 기억의 저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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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쉬퍼  'Cellular Memory' 전시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이번 신작들에는 베르하누 작업의 핵심 모티프인 유기적 형상들이 더욱 복합적으로 등장한다. 화면 속 둥근 머리의 세장한 존재들은 꽃의 군집처럼 보이면서도 인간 공동체를 연상시키고, 신체의 파편들은 식물과 광물의 형상으로 확장된다. 특정한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은 채 끊임없이 변형되며 생명의 순환과 연결을 암시한다.

미국 이주 이후 경험한 대량 소비와 환경 오염,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작업에 반영됐다. 일부 작품에서는 회로 기판을 연상시키는 구조와 붉은 유기체들이 병치되며 자연과 기술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침투하고 공존하는 동시대 환경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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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ikokeb Berhanu, Cellular Memory, Esther Schipper, Seoul, 2026.
Courtesy of the artist and Esther Schipper, Berlin/Paris/Seoul. Photo © Haengji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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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베르하누. Photo © Dawn Whitmore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르하누는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에 참여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뉴욕 샤 가그 컬렉션의 여성 작가전 'Making Their Mark'를 비롯해 세계 주요 전시에 초청되며 아프리카 현대미술과 디아스포라 담론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은 현재 런던 테이트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덴버미술관, 볼티모어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인호팀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블랙 아트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담론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에스더쉬퍼 서울 김선일 디렉터는 "베르하누의 작업은 세포와 신체, 풍경이 중첩되는 회화적 공간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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