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작가 50명 정리·직원 20% 감축…페이스가 던진 미술시장의 경고

2026.06.05

"현재 갤러리 모델은 고칠 수 없는 상태"

무한확장 접은 페이스…메가갤러리 시대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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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갤러리 뉴욕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4대 메가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Pace Gallery)가 작가 50명과 직원 5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술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미술시장을 지배해온 '메가갤러리 모델' 자체를 재검토하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아트넷뉴스, 아트뉴스 등에 따르면 페이스는 현재 135명 규모의 작가·에스테이트 명단 가운데 약 50명을 정리하고, 전 세계 직원 250명 중 5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 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술계는 지난 10년 동안 극적으로 변했다"며 "현재의 갤러리 모델은 단지 망가진 정도가 아니라 고칠 수 없는 상태(unfixable)"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갤러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임시방편과 타협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는 갤러리의 규모를 줄이고 핵심 작가들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0년 설립된 페이스는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앤드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와 함께 세계 미술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메가갤러리다. 현재 뉴욕, 런던, 제네바, 베를린, 서울, 도쿄, 로스앤젤레스 등 7개 도시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9년 뉴욕 첼시에 8층 규모의 신사옥을 개관하며 메가갤러리 시대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홍콩과 미국 팰로앨토 공간을 폐쇄했고, 실감형 예술 플랫폼 슈퍼블루(Superblue)와의 거리두기, 소더비와의 합작 추진 중단 등 사업 재편을 이어왔다.

한국 미술시장 성장의 상징으로 꼽혔던 페이스 서울도 이번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페이스는 2017년 서울 이태원에 진출한 뒤 2021년 한남동 르베이지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본사가 메가갤러리 모델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향후 글로벌 운영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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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마크 글림처 페이스갤러리 회장이 아드리안 게니의 개인전 소개를 하고 있다. 2022.08.30. [email protected]


이번 구조조정으로 페이스가 관리하는 작가 수는 약 8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웹사이트에서는 팀랩(teamLab), 글렌 카이노, 키스 코번트리, 존 제라드, JR, 요제프 쿠델카, 라파엘 로자노헤머, 수이젠궈(隋建國) 등 다수 작가들의 이름이 사라진 상태다.

글림처는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정신적 선배들을 연결하며 66년간 이어온 페이스의 역사로 돌아가겠다"며 "더 적은 수의 작가에게 더 깊고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미술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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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이태원 페이스갤러리 서울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했던 동시대 미술시장은 최근 고금리와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불안, 컬렉터들의 구매 패턴 변화 등이 겹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대형 갤러리들 역시 아트페어 참가 비용, 임대료, 인건비 증가 등의 부담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의 선택이 향후 글로벌 화랑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술시장을 움직여온 '더 크게, 더 많이'의 성장 전략 대신 '더 적게, 더 깊게'의 운영 모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특정 갤러리의 위기라기보다 메가갤러리 시스템 자체에 대한 재검토"라며 "규모의 경제가 절대적이었던 시대가 저물고 작가와의 관계, 전문성, 지속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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