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깨진 '약속'의 풍경…서울시립미술관, 최재은 개인전
2025.12.22
산호·DMZ·들꽃까지, 조각·영상·설치로 묻는 공생의 조건
관람객 참여 ‘종자볼(Seed Bomb)’ 프로젝트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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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 최재은 약속 전시 전경. © 홍철기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자연과 어떤 약속을 맺고 살아왔을까.
그리고 그 약속은 언제부터 깨지기 시작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이 23일 개막하는 최재은 개인전 ‘약속(Where Beings Be)’은 인간과 자연, 보이는 존재와 사라지는 존재들 사이에 남아 있던 오래된 계약서를 전시장 한가운데로 끌어낸다.
조각, 영상, 설치, 건축을 넘나들며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온 최재은(72)의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의제인 ‘행동’과 ‘행성’을 완결하는 프로젝트이자, 작가의 국내 첫 국·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2026년 4월 5일까지 서소문본관 1층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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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은 약속 전시 전경.© 홍철기 *재판매 및 DB 금지 |
197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최재은은 소게츠 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전위 이케바나가 실내를 벗어나 대지로 확장되던 현장을 몸으로 통과했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파리 유네스코 본부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그는 자연과 문명, 의식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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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은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제목 ‘약속’은 작가가 말하는 ‘공생지약’에서 출발한다. 이는 인간이 만든 규칙이 아니라, 문명 이전부터 존재해 온 생명 간의 상호 연대성에 대한 개념이다. 전시는 ‘루시’, ‘경종’, ‘소우주’, ‘미명’, ‘자연국가’ 등 다섯 개의 소주제로 구성돼 인류의 기원에서 현재의 생태 위기까지를 하나의 시간 축으로 엮는다.
백화된 산호와 실시간 해수면 온도 데이터, 땅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종이와 암석, 이름 없는 들꽃과 멸종된 종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DMZ를 인간의 분단선이 아닌 자연의 영역으로 재사유하는 프로젝트까지. 전시는 자연 파괴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간이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지를 끝까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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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은 약속© 홍철기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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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은 약속© 홍철기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직접 해바라기 씨앗과 흙을 빚는 ‘종자볼(Seed Bomb)’ 프로젝트도 마련된다. 작가는 이 작은 행위를 통해, 미미한 개인의 선택이 생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자연과 생명,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며 실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