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유럽 컬러사진의 시인’ 루이지 기리 국내 첫 회고전…뮤지엄한미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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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ogna, f11, 1125, Natural Light series, 1973, C-print, 23.8×34.8cm, © Heirs of Luigi Ghirri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뮤지엄한미(관장 송영숙)는 이탈리아 컬러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루이지 기리(1943~1992)의 회고전 ‘Infinite Landscapes’를 오는 12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삼청본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도쿄도사진미술관 기획전을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국내에서 기리의 작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첫 전시로, 주한이탈리아대사관과 공동으로 마련됐다.

루이지 기리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일상적 풍경을 출발점으로 정제된 색채와 자유로운 구도, 유머와 시적 통찰이 담긴 시선으로 독창적 사진 미학을 구축한 인물이다. 미국 중심의 현대사진 담론이 강세이던 시기에 유럽 컬러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유럽 컬러사진의 시인’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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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stè Refuge, Italian Landscape series, 1983, C-print, 21.5×35cm, © Heirs of Luigi Ghirri *재판매 및 DB 금지


기리는 국내에 책 '루이지 기리의 사진 수업'(열화당, 2020)으로 처음 알려졌다. 1989~1990년 프로젯토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그는 “익숙한 풍경을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바라보라”며 시각적 관성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그의 ‘보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작품을 통해 체험하는 자리다.

기리는 1970년대 개념미술 작가들과의 교류를 계기로 사진을 ‘사유의 도구’로 이해하며, 재현을 넘어 현실과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했다. 전시는 1970년대부터 말년까지 그가 포착한 이탈리아의 풍경, 공업지대 스튜디오, 자택 내부, 미술관, 간판·포스터 등 다양한 장면을 통해 그의 사진적 철학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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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ogna, Studio of Giorgio Morandi series, 1989-1990, C-print, 19.5×24.2cm, © Heirs of Luigi Ghirri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사물과 이미지 1·2’, ‘이탈리아 풍경 1·2’, ‘스튜디오 풍경’ 등 다섯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초기 연작 ‘Photographs from my Early Years’, ‘Kodachrome’부터 ‘Italian Landscape’, ‘Identikit’까지 기리의 20여 년 작업 세계가 총체적으로 소개된다. 특히 ‘이탈리아 풍경’ 섹션에서는 그의 작업 여정을 함께한 파올라 보르곤조니의 사진과 아카이브도 함께 공개된다.

김선영 뮤지엄한미 학예연구관은 “약 20년에 걸친 기리의 사진적 사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일상의 풍경을 다시 발견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에는 도쿄도사진미술관 큐레이터 야마다 유리의 큐레이터 토크를 비롯해 심포지엄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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