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아르누보 거장' 알폰스 무하, 체코 국보 11점 등 143점 서울로

2025.11.03

한국-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 특별전

더현대서울 알트원서 8일 개막

무하트러스트 협력…70점은 국내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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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Rêverie, 1897, 컬러 석판화, 72.7 x 55.2 cm ⓒ Mucha Trust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술가는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ary)을 가져야 한다.”

'아르누보 거장' 체코 예술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1860~1939)가 남긴 이 문장이, 100년의 시간을 건너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 ‘알폰스 무하: 빛과 꿈(Alphonse Mucha: The Artist as Visionary)’이 오는 8일부터 2026년 3월 4일까지 더현대서울 알트원(ALT.1)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체코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반출 허가를 받은 국보 11점을 포함해 유화 18점, 석판화, 드로잉, 조각, 보석 등 총 143점의 걸작을 선보인다. 그 중 70여 점은 국내 최초 공개작으로, 유화 '희망의 빛', '슬라비아', 조각 '자연의 여신'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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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자화상 Self-portrait, 1899, 패널에 유채, 32 x 21 cm ⓒ Mucha Trust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아르누보 거장 알폰스 무하
체코 남모라비아 지방의 작은 마을 이반치체(Ivančice)에서 태어난 무하는 20세기 전환기에 근대 디자인의 토대를 세운 국제 예술운동 아르누보(Art Nouveau)의 상징적 인물이다.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는 자연의 유기적 곡선, 식물의 형태, 여성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은 유려한 선(線)의 미학이 특징이다. 19세기 산업화가 낳은 차가운 기계미에 맞서, 예술을 다시 인간의 감각과 자연의 질서로 되돌리려는 감성의 반격이었다.

1890년대 파리에서 제작한 포스터로 시각예술의 새 장르를 열었고, 매혹적인 여성상과 유려한 곡선, 세밀한 구성, 실험적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해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이라는 독창적 시각언어를 완성했다.

그의 포스터는 단순한 장식미를 넘어, 예술이 대중과 호흡할 수 있음을 증명한 혁명적 매체였다.

1894년 겨울, 파리의 전설적인 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새 연극 ‘지스몽다(Gismonda)’의 포스터를 의뢰하며 무하의 운명은 바뀌었다.

그가 완성한 '지스몽다'는 세로로 긴 화면과 황금빛 색조, 정적인 포즈, 그리고 아라베스크 무늬로 이루어진 독창적 디자인으로 프랑스 전역을 사로잡았다. 거리마다 포스터가 붙자 파리는 순식간에 ‘무하 스타일’의 열풍에 빠졌다.

파리에서의 성공을 뒤로한 무하는 조국 체코로 돌아와 예술을 통해 민족의 이상과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 결실이 바로 스무 점으로 이루어진 대작 연작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다. 이 작품은 슬라브 민족의 역사와 자유, 신앙, 인류애를 담은 기념비적 회화로, 무하의 예술적 비전과 철학이 응축된 결정체다.

그는 “예술은 민족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 믿으며, 아름다움 속에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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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비아 Slavia, c.1920, 캔버스에 유채, 80 x 76 cm ⓒ Mucha Trust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무하트러스트와 함께한 특별 협력
이번 전시는 무하의 예술철학과 유산을 지키는 공식 신탁기관 ‘무하트러스트(Mucha Trust)’의 협력으로 기획됐다.

무하의 손자이자 트러스트 대표 존 무하(John Mucha)와 큐레이터 도모코 사토(Tomoko Sato)가 직접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패밀리 컬렉션에서 엄선된 유화 18점을 비롯해 석판화·드로잉·조각·보석 등 총 143점을 선보인다.

주최주관사인 액츠매니지먼트는 "체코 국보로 지정된 11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정부와 EU가 공동 승인한 반출 허가 절차를 거쳐 국내에 들여왔다고 밝혔다.

또한 "무하를 사랑하는 한국 관람객을 위해, 프라하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화 18점이 체코와 런던에서 특별 공수되었다.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익히 알려진 무하의 작품 중, 회화적 감수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유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프라하의 ‘무하 하우스’도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무하 하우스는 3대째 무하의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개인저택으로, 미공개 작품과 습작, 그리고 화가 폴 고갱이 연주하던 하모니움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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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빛 The Light of Hope, 1933, 캔버스에 유채, 96.2 x 90.7 cm ⓒ Mucha Trust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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