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동서양 거장 김환기·고틀립 통했다…‘추상의 언어, 감정의 우주’

2025.10.28

페이스갤러리 서울, 31일부터 2인전

associate_pic
Kim Whanki, Untitled, 1967 oil on canvas 177 cm×127 cm (69-11/16"×50") No. 96652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핑크와 그린, 곡선과 색면.

김환기의 화면이 ‘정적의 리듬’을 통해 감정을 내면화했다면, 고틀립의 회화는 ‘색의 폭발’로 감정의 외화를 그려낸다.

둘 다 형상을 지우고 색으로 존재를 말하며, 1960년대라는 같은 시간대 속에서 추상이라는 언어로 감정의 구조를 탐구했다.


associate_pic
Adolph Gottlieb Expanding, 1962 oil on canvas 228.6 cm x 182.9 cm (90" x 72") No. 45871.© Adolph and Esther Gottlieb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아돌프 고틀립(Adolph Gottlieb, 1903~1974)과 한국 서정추상의 대표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을 나란히 소개한다.

오는 31일부터 ‘The Language of Abstraction, The Universe of Emotion(추상의 언어, 감정의 우주)’를 타이틀로 시대를 초월한  15점이 전시된다.

동서양이 다른 두 거장은 1960~1970년대라는 같은 시간대 속에서 색과 형태로 감정을 시각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의 색은 시대를 넘어, 감정이 언어가 되는 순간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를 중심으로, 두 작가가 각자의 문화권에서 ‘형상’에서 ‘감정’으로, 사물에서 ‘존재’로 전환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시 고틀립은 상징적 회화에서 벗어나 색면과 형태의 긴장으로 내면의 폭발을 표현했고, 김환기는 점과 선, 색의 리듬을 통해 우주적 질서와 인간의 감정을 결합했다.

고틀립의 회화는 직관적인 형태와 대담한 색면을 결합해 감정과 무의식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한다. 반면 김환기의 캔버스는 반복되는 점과 정제된 색채 구조를 통해 동양적 명상성과 우주의 질서를 환기한다.

김환기는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미국관에서 고틀립의 작품을 처음 접한 뒤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뉴욕으로 이주해 생애 가장 치열한 창작 시기를 맞이했다. 활발한 예술 현장 속에서 그는 점과 선, 면으로 응축된 추상 언어를 완성해 나갔다.

절제된 구성과 세밀하게 배치된 점들로 이뤄진 화면은 하늘과 바다, 별자리를 연상시키며, 시간과 공간을 시적 추상으로 전환했다. 이 시기에 완성된 그의 대표작 ‘점화(點畵)’ 연작은 한국 모더니즘이 세계 무대에 소개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의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이르는 작품을 중심으로, 십자(十字) 및 사분면 구조(십자구도)를 활용한 점화의 조형적 발전 과정을 조명한다.
 
associate_pic
Adolph Gottlieb, Red vs Blue, 1972, acrylic on canvas, 228.6 x 274.3 cm© Adolph and Esther Gottlieb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 *재판매 및 DB 금지


아돌프 고틀립은 잭슨폴록, 마크 로스코와 함께 뉴욕 화파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르네상스·인상주의 영향을 받았으나, 193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추상을 지향했다.

그는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성난 사람들(The Irascibles)’로 불리며 자동기술·초현실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조형 어휘를 발전시켰다. 대표 연작으로 '픽토그래프(Pictographs)', '상상적 풍경(Imaginary Landscapes)', '버스트(Burst)'가 있다.


associate_pic
Kim Whanki, Untitled, 1967, oil on canvas, 91 x 61 cm©(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페이스갤러리 서울에 선보인 김환기의 대형 추상 회화. *재판매 및 DB 금지


김환기는 20세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1930년대 도쿄 니혼대학에서 수학 후 색채와 감정의 결합을 탐구했다. 1950년대 구상에서 출발해 1960년대 뉴욕 시기에 점, 선, 색의 조화로 ‘우주적 추상’을 완성했다.

그는 현재 한국 미술시장 최고가 기록(134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17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푸른점화’가 추정가 750만~1000만 달러 (약 104억~142억 원)로 출품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갤러리는 “이번 전시는 뉴욕 스쿨과 한국 서정추상이라는 두 세계가 감정의 언어로 만나는 자리”라며 “색과 형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두 거장의 시적 공명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1월 1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이중섭·박수근 덕분에…미술시장, 3분기 매출 32% 깜짝 반등

문체부, APEC 정상회의 맞아 경주서 한국공예전 '미래유산' 개최

인천공항공사·경기문화재단, 홍범작가 '기억의 정원' 전시

2026년 ‘영민 해외 레지던시' 공모…美·佛 5개 기관·5명 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