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꽈리 작가’ 이애리 “점과 선은 생명의 맥박”…‘선묘여백’ 개인전

2025.10.24

갤러리H서 11월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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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리, Good Luck in 꽈리25-105 73x73cm, 장지에, 주묵, 과슈,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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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태초의 우주가 그러했듯, 모든 존재는 하나의 점에서 시작된다.

이애리의 ‘꽈리’는 그 점에서 피어난 생명의 숨결이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을 이루며, 다시 여백으로 돌아간다. 그 여정은 곧 인간의 삶이자,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닮았다.

'꽈리 작가' 이애리 작가가 개인전 ‘선묘여백(線描餘白)–점과 선, 생과 소멸의 우주’를 열었다.

오는 11월 9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H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점과 선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세계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사유하게 한다.

그의 화면은 장지 위에 주묵과 과슈로 쌓여 있다.

검고 붉은 배경 위로 수백 가닥의 선이 서로에게 기대며 생명을 만들어낸다. 선 하나하나가 숨을 쉬듯 진동하고, 그 사이의 여백은 침묵처럼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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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Luck in 꽈리25-69 45.5x45.5cm, 장지에, 주묵, 과슈,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이애리의 선묘는 여백의 미와 충만의 진리를 동시에 품은, 한국적 조형 언어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평했다.

이래리 작가는 “점과 선은 생명의 맥박이에요. 시작과 끝, 숨과 멈춤, 관계와 고독이 그 안에서 반복되죠”라고 답한다.

‘꽈리’라는 소재는 한국의 정서적 원형을 닮았다.

열매의 속살처럼 붉고 따뜻하며, 동시에 투명한 공기의 껍질을 품고 있다. 이애리의 꽈리는 단순한 자연의 형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가진 유한함과 회귀의 미학을 은유한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독일 갤러리 클로즈(Galerie Klose)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2025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주목할 작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신의 삶 속에는 어떤 꽈리가 숨어 있습니까?”

이애리의 질문은 작품 속 선처럼 길게 남는다. 그 점과 선의 여정은 지금 우리의 하루와 닮아 있다. 잠시 멈추었다 다시 이어지는, 비어 있으나 충만한 생의 선율처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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