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국립중앙도서관 '80년 책장'이 열리다…‘동의보감’ 원본 공개
2025.10.15
80주년 특별전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동의보감, 석보상절,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원본 전시
김희섭 관장 "국가 지식문화유산 보존·AI 생태계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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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 개관 80주년 특별전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에서 '동의보감', '석보상절',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이 전시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
도서관은 개관 80주년 특별전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을 본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15일부터 오는 12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테마는 '책장'으로, 국보를 포함한 200여종의 장서를 시대·주제별로 전시한다.
김정은 국립중앙도서관 서기관은 "책장은 시대정신과 개인의 내면이 만나는 자리"라며 "다양한 개인의 책장이 모여 거대한 우리나라의 책장인 국립중앙도서관의 서사를 담았다"고 특별전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동의보감' 원본이 공개된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16년 만이다. 1613년 허준이 조선과 중국의 의서를 집대성해 편찬한 의학서로, 치료보다 병의 예방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도서관은 총 25권 중 1권의 원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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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보 '동의보감' 원본.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또 보물 '석보상절'(1447) 원본이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수양대군이 석가모니의 생애와 설법을 엮은 단행본으로,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8년 앞선 한국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다.
보물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1474)도 전시된다. 불교의 천도 의식을 담은 목판본으로,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됐다. 해서체 명필과 변상도(變相圖)가 어우러진 당대 최고의 인쇄 예술품으로 평가된다.
국보와 보물은 전시 첫날만 원본을 공개하고 이후부터는 영인본으로 교체한다.
전시는 시대별로 ▲근대 전환기(1894~1945) ▲새 나라, 새 출발(1945~1960) ▲산업화와 민주화(1960~1992) ▲정보화와 세계화(1993~2025)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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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보물 '석보상절' 원본.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근대 전환기에는 국문이 처음 등장한 '한성주보'(1886), 한국 최초 근대신문 '한성순보', 한국 최초 근대 종합잡지 '소년'(1908),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 '무정'(1920), 나라 잃은 아픔을 노래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등이 전시된다.
해방 이후 출간된 책으로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1948)과 컬러본(1955), 1950년대 베스트셀러로 손꼽힌 정비석의 '자유부인'(1954) 등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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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재용 국립중앙도서관 주무관이 기자들에게 개관 80주년 특별전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된 서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산업화·민주화 시기에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1978), '한국민중사 1'(1986)과 '민중의 함성'(1991) 등의 서적으로 격변의 시대 속 사회적 목소리를 보여준다.
마지막 섹션 '정보화와 세계화'에서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2014)를 비롯해 번역본,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 시대 독서 문화를 반영한 서적과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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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80주년 특별전시 '나의 꿈, 우리의 기록, 한국인의 책장' 중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팀인 T1 소속 선수들의 애독서를 전시한 'T1의 책장'.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또 e스포츠팀인 T1 소속 선수들의 애독서를 소개한 'T1의 책장' 코너도 마련됐다. 이상혁(페이커), 최현준(도란), 문현준(오너), 이민형(구마유시), 류민석(케리아) 등 선수들이 읽은 책들로 채워졌다.
이날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개관 80주년 기념식도 열렸다.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기념사에서 "도서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겠다"며 도서관의 미래적 역할을 강조했다.
김 관장은 "민족해방의 벅찬 감격 속에 두 달 남짓한 준비 끝에 1945년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단순히 한 기관이 아니라 억눌렸던 민족의 숨결과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 하나로 응축된 숭고한 출발이었다"고 알렸다.
이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등을 개관해 국민 누구나 나이와 환경의 차이 없이 지식과 정보를 향유할 수 있는 길을 걸어나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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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관 80주년 기념식에서 김희섭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김 관장은 인공지능(AI) 시대 발전과 함께 국가 지식문화유산 보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지난 80년간 축적해 온 지식정보를 토대로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 생태계를 선도하고 글로벌 지식 공동체의 중심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참석해 축사했다.
김 차관은 "(도서관은) 우리나라 지식과 문화의 보급 창고"라며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웹툰 등 우리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성장에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문화와 창의성이 더해진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화의 힘은 도서관과 출판계의 노력 덕분"이라며 "도서관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국 문화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해 1963년 도서관법 제정으로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보 2점과 보물 10점을 포함해 약 1500만 권의 도서·비도서와 2000만 건의 온라인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은 미래 국가 간 지식자원 공유를 위해 해외 도서관과의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국가지식정보협의회를 구성해 국가 지식정보자원을 수집·제작하는 기관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해외 한국자료실 설치를 지원해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도 강화하고 있다.
또 AI 기반 미래 도서관 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관련 연구조직을 신설,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해 AI 연구자 등에게 개방·공유하고 있다. 오는 2028년에는 조선 왕실 문서를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史庫)의 전통을 잇는 국가문헌보존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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