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케데헌 더피 원조, 미술관에도 있다..리움·가나아트 '호랑이' 전시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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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도 虎鵲圖 작자미상, 조선, 19세기 종이 수묵담채 , 91.7×54.8cm 개인소장. 까치호랑이 그림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추상적인 표현법이 마치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기도 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송편처럼, 호랑이 그림도 세대를 이어온 한국인의 상징물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과 국립중앙박물관 호랑이 굿즈 열풍에 맞춰, 미술관들도 한국적 호랑이 도상으로 응답한다.

 ‘호돌이’와 ‘수호랑’을 지나 케데헌의 ‘더피’·‘수지’로 이어진 한국형 호랑이 아이콘을 이번에는 리움의 ‘호작도’와 가나아트센터의 ‘호랑이’에서 만날 수 있다.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전통 호랑이 그림 속을 거니는 산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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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테마존을 체험하고 있다.
2025.09.3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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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리움미술관 ‘까치호랑이 虎鵲’
리움은 이번 전시에서 호랑이와 까치를 주제로 한 회화·민화 7점을 선보인다. 하이라이트는 1592년작 ‘호작도’. ‘임진년에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까치호랑이로, 민화 이전 정통 회화 형식의 원류다.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출산호), 새끼를 낳자 놀라는 새(경조), 새끼를 기르는 장면(유호)이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다. 19세기 민화 계열의 ‘호작도’도 전시된다. 단순한 선과 해학적인 표정으로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며,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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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도(龍虎圖) Dragon & Tiger 조선, 19세기 종이에 채색 59×98.5cm(each) 23.2x38.7in.(each)  *재판매 및 DB 금지

◆ 가나아트센터 스페이스97 특별기획 ‘호랑이’
가나아트는 18세기 초부터 20세기까지 1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중국 화원회화 계열의 ‘호도’, 민화 연구자 조자용의 구장품 ‘용호도’, 호피무늬를 세밀하게 그린 ‘호피도 8폭 병풍’ 등 다양한 도상을 통해 호랑이 상징의 변용을 조명한다.

특히 가나문화재단 소장의 ‘호작도’는 ‘호돌이’ 모티브와 나란히 비교되는 작품으로, 까치호랑이 도상의 계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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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도(虎鵲圖) Tiger & Magpie  조선, 19세기
종이에 수묵채색 60×93cm 사진=가나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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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죽호도(月下竹虎圖) Tiger and Bamboo under the Moonlight 조선, 19세기 말 ~ 20세기 초 종이에 목판인쇄  106.5×36cm 41.9x14.1in.  *재판매 및 DB 금지


◆호랑이 그림의 기원
 여러 설이 있으나, 중국에서 전래되어 한국에 정착했다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 북송대에는 은자를 상징하는 호랑이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려오는 ‘출산호도’가 제작되었고, 원대에는 까치(報喜, 기쁜 소식)와 표범(豹와 報의 발음 유사)을 함께 그려 새해의 길상을 기원한 ‘보희도’가 성행했다.

이 두 도상은 명대를 거치며 접목되었고, 17세기를 전후해 조선에 본격적으로 들어와 김홍도의 ‘맹호도’를 위시한 화원회화 계열로 이어졌다. 이후 조선 후기 생활문화와 결합하며 민간으로 확산되었다. 초반에는 까치가 단순한 배경 요소였으나, 후대로 갈수록 백성을 뜻하는 까치와 양반·관리를 빗댄 호랑이의 대비가 풍자성을 띠었고, ‘영리한 까치에게 골탕 먹는 호랑이’ 같은 민담까지 더해져 해학적인 까치호랑이 민화가 대거 등장했다.

◆ 호랑이, 시대마다 소환되는 상징
호랑이는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수호랑’을 거쳐 최근 케데헌 캐릭터 ‘더피’·‘수지’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리움과 가나아트의 나란한 기획은, 호랑이가 수호와 벽사의 영물에서 민중 풍자, 그리고 오늘날 문화콘텐츠의 원형으로 변주되어온 과정을 증명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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