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가을바람이 분다…삼청동 화랑가, 놓치면 아쉬울 전시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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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김창열 첫 대규모 회고전 전경. 2025.08.21.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대형 미술시장 '키아프·프리즈'가 끝났지만 화랑가는 다시 일상의 호흡을 잇고 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깃든 삼청동 일대 전시장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의 주목할 만한 전시가 한창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물방울 작가' 김창열 회고전에서부터 세계적 거장과 동시대 실험 작가들의 신작까지, 계절은 바뀌어도 예술의 맥박은 이어진다. 아트페어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작품 앞에 천천히 서서 사유할 수 있는, 지금 놓치면 아쉬운 전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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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김민정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갤러리 현대:김민정 'One after the Other'(10월19일까지)
30여 년간 종이·먹·불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로 동아시아 철학과 추상의 확장을 탐구해온 한국화가 김민정의 개인전이다. 불에 태운 한지를 지그재그로 쌓아 올린 'Zip'연작 10점이 국내 최초 공개됐다. 종이의 연약함과 불의 파괴성이 만나 쌓임과 소멸의 긴장감을 드러내며, 반복과 우연을 통한 수행적 회화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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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 K1에서 열리고 있는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개인전 '자연 형식을 담는 조건'. 2025.09.02. [email protected] |
◆국제갤러리 K1:갈라 포라스-김: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10월26일까지)
멕시코 출신 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은 유물과 분류 체계, 박물관 제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 연작 11점과 자연과 협업해 제작된 'Signal' 연작 5점을 선보였다. 소장품이 전시되며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새로운 권력 체계 속에 편입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보존과 의미’의 불안정성을 묻는다. K3 한옥 공간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도 열려 풍성한 감상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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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아트선재센터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 개인전 '적군의 언어'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트선재센터: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2026년 2월1일까지)
아르헨티나-페루 출신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첫 한국 개인전. 미술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전환됐다. 기존 출입구는 흙더미로 봉쇄되고, 화이트 큐브의 상징인 가벽은 철거되어 콘크리트 골조가 드러났다. 관람객은 폐허 같은 공간 속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를 체험한다. 아트선재센터 전관을 아우르는 대규모 장소특정적 프로젝트로 미술관 전시의 위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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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인. Installation view of Amateur Composer at PKM *재판매 및 DB 금지 |
◆PKM갤러리: 홍영인 '서투른 작곡가'(27일까지)
소리에서 출발해 시각과 촉각으로 확장하는 홍영인의 신작 20여 점이 공개됐다. 작가는 지난 7년간 채집한 다양한 소리를 색과 이미지, 자수와 조각으로 번역한다. “사진보다 선명한 기억의 매개는 소리”라는 작가는 이를 통해 언어·인간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세계 인식을 제안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