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기계 눈 밝아질수록 인간 감각은 무뎌져"…권아람 ‘피버 아이’展
2025.06.23
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작가 개인전
청담동 송은에서 24일 개막
'생소화 효과' LED, 영상, 사운드 설치 작업
![]() |
제21 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권아람 작가의 대상 수상 기념 개인전이 송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스크린은 단순히 이미지를 비추는 장치일까. 아니면, 감각과 인식을 재조립하는 새로운 지각의 터전일까.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작가 권아람의 개인전 '피버 아이(Fever Eye)'는 디지털 과잉 시대에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고 교란되는지를 미디어 설치로 풀어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에서 오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LED, 영상, 사운드 등을 활용해 기술지상주의가 만든 ‘감각의 혼란’과 그 시지각적 결과를 물리적 공간에 구현한다.
전시의 중심에 선 신작 '피버 아이'(2025)는 LED 패널을 통해 구현된 대형 설치 작업이다. 강렬한 붉은 화면은 오류 기호처럼 점멸하고, 연극 연출 기법인 ‘생소화 효과(Verfremdungseffekt)’를 차용해 시각적 충격과 낯섦을 유도한다. 관객은 작품과 거리를 두도록 요청받으며, 기술에 종속된 감각 시스템과 과열된 인지 구조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 |
권아람 개인전 '피버 아이'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장 지하 2층에 설치된 '백룸스'(2025)는 인터넷 괴담 '백룸(The Backrooms)'에서 착안한 공간 설치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진 시대, 반복되는 이미지와 출처 없는 데이터로 구성된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를 연출한다. 메쉬 LED 화면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부유하고, 영상과 사운드가 얽히며 마치 알고리즘 속을 유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권아람은 디지털 세계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스크린을 '감각의 충동과 의미의 해체가 발생하는 복합적인 장소'로 인식해왔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UCL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그는 그간 LED, 사운드, 영상 등 복합 매체를 결합한 작업으로 동시대 미디어 생태계를 탐구해왔다. 2022년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월스'(2021)는 조각난 스크린과 거울을 결합해 '욕망의 과녁'이 된 스크린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 |
권아람 작가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 |
권아라 '피버 아이' 이종교배, 2025피그먼트 프린트, 검정 거울, 접착식 필름지에 디지털 흑백 인쇄 가변설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는 그의 문제의식을 한층 확장해 보여준다. CCTV, LiDAR 센서, 이미지 데이터셋 등 인간의 눈을 대체하는 기술과, 그 기술로 인해 변형된 감각과 감정, 일상까지 포함한 '플랫폼 자본주의'의 구조를 탐색한다.
권 작가는 "기계의 눈이 밝아질수록 인간의 감각은 무뎌진다"며 "스크린은 정보의 통로를 넘어 인간의 감각을 매개하는 정치적 장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와의 대화는 7월 19일 진행된다.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주중 2회, 금-토요일에는 3회의 도슨트 투어가 진행된다.
![]() |
송은 입구에 설치된 권아람 '피버 아이'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