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23명 화가 열전…'살롱 드 경성2'로 읽는 근대미술사

2025.06.07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들. 한국 근대 화가들이 다시 걸어 나온다.

이상범에서 윤형근까지, 조선 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화단을 이끌었던 화가 23명의 삶과 예술이 한 권의 책으로 되살아났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이자 미술사가가 펴낸 '살롱 드 경성 2'는 한국 근대미술의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일종의 '화가 열전'이다.

2021년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이응노, 장욱진, 천경자 등의 전시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근대미술에 대한 재조명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 책은 그 흐름에 깊이를 더한다.
 
저자 김인혜는 "시대의 파란에 스러져간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데 전시한 근대미술관 하나 갖추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했다.

전작 '살롱 드 경성'에서 대중적 주목을 받은 칼럼을 바탕으로 삼은 이번 후속작은, 이응노·서세옥·윤형근 등 새롭게 조명한 인물들과 함께 더욱 확장된 시간적 범위와 예술적 스펙트럼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화가들을 네 갈래로 분류한다. 1장은 일제강점기 전통 한국화의 맥을 잇고자 고군분투했던 오세창, 고희동, 이상범, 안중식 등의 이야기다. 2장에서는 물감을 입으로 씻어가며 붓을 놓지 않았던 박생광, 어둠 속 불상을 그린 전화황처럼, 예술에 모든 것을 던진 작가들의 절실한 고백이 담겨 있다.

3장은 예술의 경계를 넓힌 실험가들이다. 김종영의 조각, 유강열의 공예, 천경자의 독자적 회화 세계는 근대미술의 다양성과 파격을 보여준다. 4장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향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파리 예술계에 입성한 남관, '살롱 드 메'를 밟고 유럽에서 한국의 정신을 전파한 이응노까지, 그들의 도전과 성취는 한국 미술사의 또 다른 정점이다.

책은 단순한 인물열전을 넘어, 화가의 삶과 작품, 그들이 맞닥뜨린 시대적 굴곡을 함께 읽게 만든다.
"이상하게도 이런 불안과 행복이 뒤엉킨 상태에서 그린 천경자의 1960년대 작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당시 그녀의 작품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우면서 미세한 불안감으로 떨린다. 이른바 ‘여성적 감수성’이 너무나도 솔직하게 표현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통상적으로 엄격한 유교 사회에서 ‘오류’로 치부되던 것들, 즉 연약함, 불안감, 헛된 희망 같은 것이 천경자의 작품에서는 본격적인 주제로 등장했다. 슬프고 청승맞고 부서질 듯 여린 감성이 꿈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마르크 샤갈 부럽지 않은 환상적인 작품들이다."(3장 〈06 절망을 여행한 뒤 화가는 자신의 '22페이지'를 펼쳤다 _천경자〉 중에서)
총 23명의 작가 이야기에 173점의 도판이 함께 수록된 이 책은, 한국 근대미술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부터 전시기획자, 미술사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층의 독자에게 깊이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빛과 바람의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 국내 첫 회고전

국제갤러리 한옥, '아득한 오늘'…박찬경 기획 5人전

'순천만 자연'을 통과한 고요…김일권, 자하미술관서 개인전

하늘의 극장, 회화의 반격…크리스찬 히다카, 서울시립미술관 첫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