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드로잉인가, 조각인가 대팻밥의 존재감…이형우 '편백나무'
2025.05.22
노화랑서 개인전 2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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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편백나무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얼핏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입체로 조형된 나무 조각들이 화면 위에 솟아 있다.
드로잉과 조각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이다.
22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막하는 이형우 개인전 '편백나무'는 대팻밥의 놀라운 조형적 전환을 보여준다.
대팻밥은 더 이상 조각의 잔재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조각은 점이 되고, 선이 되고, 조형 언어로 재조립된 감각의 리듬으로 화면 위에 놓인다.
홍익대학교 조소과 출신의 작가는 1980년대부터 육각형, 구, 입방체 등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비가시적 사물의 본질을 조형적으로 포착해왔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며, 공간을 분할하고 비워내는 구조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비어 있음 속의 존재감’이라는 개념은 이후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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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편백나무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는 기존의 응집된 조형에서 벗어나 더 해체적이고 감각 중심의 방식으로 확장한 결과다.
입방체는 다시 흩어졌고, 형태의 최소화를 넘어 질량의 최소화, 공간 구성의 극소화로 이어지며 조각은 평면 위에서 새롭게 재구성된다.
"초기에는 다양한 재료와 소재를 통해 ‘형태’의 최소화, 극소화에 집중하였다. 곧 비가시성의 세계인 사물의 ‘본성’ 혹은 ‘있음(the there is)’의 가시적인 예술적 포착으로서의 ‘형태’는 입체조형 작가로서 가장 창의적인 조형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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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편백나무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
이형우는 자신의 작업을 “비가시성의 가시화”, “무거움의 대립항으로서의 가벼움”이라 표현하며, “조각가로서의 창작 과정은 조금도 정지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연속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 개인전 이후 약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편백나무'전은 쌓는 조각이 아니라 ‘펼치는 조각’으로 주목받는다.
조각과 회화 사이, 조각의 방식으로 평면을 다시 구성하고 있는 '일흔 살 작가' 이형우의 녹슬지 않은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