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습니까”…미야지마 타츠오 '폴딩 우주'

2025.05.21

한남동 갤러리바톤서 개인전

LED·거울을 매개로 한 새로운 시리즈

'C.T.C.S. k’in', 'Hundred Changes in Life' 공개

associate_pic
Tatsuo Miyajima_2024_Hundred Changes in Life - no.4_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Bato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습니까"

숫자는 깜빡이고, 거울은 흔들린다.
 
빛과 시간, 존재와 감각이 맞물려 끊임없이 접히는 우주 ‘Folding Cosmos’는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68)가 던지는 가장 조용한 질문이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이 22일부터 펼치는 미야지마 타츠오의 개인전은 숫자·빛·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삶과 죽음, 생명과 무상함, 그리고 ‘Seimei(生命)’-존재와 의식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LED는 미야지마의 철학을 구현하는 매체적 장치다. 작가의 핵심 개념인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It keeps changing, it connects with everything, it continues forever)”는 점멸하는 숫자 속에서 조용히 반복되며 리듬과 감각을 깨운다.

LED 디지털 소자는 각기 다른 속도와 색상으로 0을 제외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반복한다. 미야지마에게 숫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과 사를 관통하는 조형 언어다. 무형의 시간은 LED의 기계적 리듬 안에서 시각화되고, 그 깜빡이는 불빛은 각자의 삶 속, 각자의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비춘다.
associate_pic
미야지마 타츠오 갤러리바톤 개인전 《Folding Cosmos》  갤러리바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상징인 LED가 가진 세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에 주목, '시간의 개념과 거기에 결부된 각 개체의 시각화'라는 거대 담론의 미적 접근에 활용해 왔다.

1957년 일본 출생의 미야지마 타츠오는 전자 시계와 LED라는 단순한 구조 속에 철학적 시간의 개념을 끌어들인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다.

associate_pic
미야지마 타츠오. 갤러리바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양 철학과 서구 조형언어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세계 미술계의 독보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도쿄예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1999),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1997),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1996) 등에서 주요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은 대영박물관, 테이트 컬렉션, SFMOMA,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associate_pic
미야지마 타츠오 갤러리바톤 개인전 《Folding Cosmos》 (2025.05.22.-06.28.), 제공: 갤러리바톤 *재판매 및 DB 금지

associate_pic
미야지마 타츠오 갤러리바톤 개인전 《Folding Cosmos》 (2025.05.22.-06.28.), 제공: 갤러리바톤 *재판매 및 DB 금지


갤러리바톤과 세 번째로 여는 이번 전시에는 고대 마야 문명의 시간 단위에서 착안한 'C.T.C.S. k’in'는 군집화된 원통형 LED 조형물, 거울 격자 구조의  등 거울을 매개로 한 신작 설치 작업을 공개한다.

주변의 상황과 개별 관람객의 움직이는 시선을 모두 흡수하는 거울 표면은 숫자, 색상, 속도, 패턴을 서로 연결된 구조 안에서 더 복합적으로 경험하고 지각하게 하며, 시각적 몰입감을 한층 배가시킨다.

전시는 갤러리바톤의 두 개 층에 걸쳐 선보인다. 작품의 위치, 반사, 반복, 그리고 주변의 빛까지 모두 하나의 유기적 세계를 이루는 ‘접힌 우주(Folding Cosmos)’로 구성된다. 관람자는 거울 속에 반사된 빛과 숫자,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거울 속에서 깜빡이는 건, 어쩌면 당신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OKNP 서울, 이채 개인전 '바람꽃'

팍팍한 삶, '믿을 구석'은 책 속에…2025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강남구, 개청 50주년 맞아 광평대군 후손 유물 첫 공개

"수집은 곧 세계를 구축하는 일"…서울옥션, 컬렉터 소장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