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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 공예'의 법고창신…박여숙×이경노 두 번째 ‘간섭 프로젝트’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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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12일 박여숙 화랑 대표(왼쪽)과 국가지정문화재 수리 기능자 이경노 작가가 백동함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 장인의 손끝에서, 수백 년을 건너온 조선의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백동 위에 새겨진 낡고 단단한 선들, 덤덤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지금’을 말한다.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이 13일부터 6월 13일까지 선보이는 '두 번째 박여숙 간섭 이경노 백동 공예전'은 K공예의 ‘법고창신’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경노 장인의 개인전이자, 박여숙 대표와 함께하는 두 번째 ‘간섭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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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노_백동 선각 수복문 문서함(白銅 線刻 壽福文 文書函) 27.8x15x7(h)cm 2025.이경노.All rights reserv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경노는 전통 금속공예의 깊은 뿌리를 현대 조형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인 중 한 명이다. 1970년대 고가구 공장에서의 실무 경험을 시작으로, 서울시 무형유산 입사장 최교준의 문하에서 본격적인 전통 금속 기술을 사사받았다. 이후 1987년 국가 지정 문화재수리기능자로 활동을 시작하며 문화재 복원과 전승 공예의 최전선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왔다.

박여숙의 ‘간섭 프로젝트’를 통해 이경노는 전통 금속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2015년 박여숙 대표가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에서 선보인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 전시에 출품을 계기로 만난 이경노는 '백동 장인'으로 새롭게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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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노_백동 선각 나비문자문 삼층합(白銅 線刻 蝴文字文 三層盒) 13 × 13 × 11.3(h) cm 2025.이경노.All rights reserv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여숙 대표는 "그의 작업 세계는 전통 금속공예의 기법적 정수를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이를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의적 재해석의 대상으로 삼는 데서 차별성을 가진다"고 소개했다. 

이경노 '백동 공예'작업은 단조(鍛造)와 ‘조이’ 방식으로 구리와 니켈을 섞은 백동을 빚고, 한자와 한글 문양을 선각(線刻)으로 새겨 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통 단조 기법은 단순한 힘의 작용이 아니라, 망치질 하나하나에 따라 물성에 맞는 정교한 조정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과정이다.

단단한 금속을 마치 유연한 재료처럼 다루며, 입체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갖춘 조형성을 보여준다. 이경노는 동과 철, 백동 등 다양한 금속 재질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기법의 정수를 단순한 재현이 아닌 창의적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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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노_백동 선각 희자문 함(白銅 線刻 囍字文 函) 14.1 × 21.8 × 11.3(h) cm 2025.이경노.All rights reserved (1)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는 희자문 팔각함, 나비문자 삼층합, 십장생 서류함 등 전통 문양과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백동 공예 작품들이 소개된다. 일부는 조선 후기의 한글 문양을 응용해 금속 위에 시대의 언어를 새겨 넣었다. 덤덤하고 수수한 감각은 금속의 차가움과 맞닿으며 묘한 긴장을 자아낸다.

공예평론가 김세린은 “동과 철은 시대를 이끄는 물성이자, 생활 속에서 문화가 된 물질”이라며 “이경노의 작업은 조선의 생활문화에서 길어낸 전통 공예의 기술과 감각을 오늘의 조형 언어로 번역한 사례”라고 평했다.

박여숙 대표는 “조선 공예는 유난스럽지 않다. 덤덤하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든다”며 “그 안에 한국 미학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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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노_백동 십장생 서류함 14.7 × 35.3 × 23.6(h) cm 2025.이경노.All rights reserv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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