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그림자가 실체를 대신할 때'…피터 오즈 개인전
2025.05.12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 전시장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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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dow of a shadow 캔버스에아크릴,혼합재료(입체부착) 53x40.9x17(h)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실체는 침묵하고, 그림자가 말한다.
아티스트 그룹 피터 오즈(Peter OZ)의 개인전 ‘The Shadow of a Shadow’가 14일부터 2주간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2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피터 오즈 퍼포머(페인터)는 이승하 작가다.
작가는 '그림자가 실체를 대신하는 세계'를 탐구하며, 인식의 역전이라는 개념적 장치를 시각화한다. 전시에서 빛을 거의 흡수하는 무소블랙(mosou black)으로 칠해진 미니어처 의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피터 오즈는 이 역전된 구조 속에서 '무엇이 존재를 증명하는가'를 묻는다.
그림자는 철학과 문학 속에서 오래도록 자아의 비유이자 흔적이었다. 플라톤의 '허상', 융의 '무의식의 자아', 데리다의 '트레이스',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까지. 문학 속 그림자 또한 종종 '나'의 정체성을 떠받치는 존재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그림자는 "내가 없으면 너는 그냥 껍데기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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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dow of a shadow 4 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입체부착) 53x40.9x17(h)cm *재판매 및 DB 금지 |
피터 오즈는 이러한 관념들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한다. 실체를 무화하고, 그림자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불안정한 자아 상태를 반영한다. 'The Shadow of a Shadow'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지각과 인식, 실체와 환영, 존재와 결핍 사이를 오가는 감각적 우화다.
한편, 피터 오즈는 '물감을 금처럼 다루는 연금술사'라 불리는 아이작 오즈(Isaac OZ)와 가족이다. 아이작 오즈는 큐레이터이자 문화이론가인 이승환씨가 10년전 기획한 프로젝트로 김유정, 김지명(개발자), 김효중, 전소희(퍼포머)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엄격한 분업과 협업을 바탕으로 예술가 개인의 자아와 본능을 지우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정체성을 제안한다. 전시는 2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