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피카소? 톰 삭스?’…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개인전
2025.05.02
회화부터 청동조각까지 신작 전시
브리콜라주로 재구성한 작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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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앉은 여인 (Seated Woman), 2025. 캔버스에 합성 폴리머, 잉크. 182.9 x 152.4 cm (72 x 60 in). 사진=타데우스 로팍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동대문 DDP에서 우주탐사 프로젝트 전시를 열고 있는 미국 현대미술가 톰 삭스(Tom Sachs)의 조각 회화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갤러리에서 마련됐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톰 삭스 개인전 '피카소'를 열고 20세기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조각 세계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삭스는 최근 몇 년간 피카소의 조각과 회화, 드로잉을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작가에게 피카소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예술 자체와 동의어인 존재"다. 이번 전시는 그 오랜 탐구의 결과로, 피카소의 방식에 기반해 일상의 오브제들을 브리콜라주 방식으로 조합한 조각, 회화, 드로잉 등 다채로운 작업들이 소개됐다.
철사와 못, 나무 조각 등 발견된 재료를 활용해 조각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던 피카소의 실험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여기에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덧붙였다. 자동차 부품, 너프 풋볼 같은 현대적 소재는 작가의 손에서 고대 주조 방식인 로스트 왁스(lost-wax)를 통해 청동 조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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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여인과 오렌지(Woman with Orange), 2025. 스테인리스스틸 부품이 달린 실리콘 청동에 에나멜, 질산 제2철 녹청. 180.3 x 73.7 x 63.5 cm (71 x 29 x 25 in)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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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전사의 두상(Head of a Warrior), 2024. 스테인리스스틸 부품이 달린 실리콘 청동에 젯소, 질산 제2철 녹청. 76.2 x 45.7 x 35.6 cm (30 x 18 x 14 in). *재판매 및 DB 금지 |
조각뿐 아니라 회화 작업에서도 피카소와의 대화는 계속된다. 특히 피카소가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폭력의 시대를 관통하며 만든 1937~1945년 시기의 회화들에서 구조와 구도의 영향을 받은 삭스는, 화면 위에 측정선, 제작 치수, 회화의 흔적들을 그대로 남긴다.
"회화는 동사"라고 말하는 삭스는 장르 간 경계를 해체, 예술을 '구성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관심을 작품 전체에 녹여낸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단순한 오마주로 보기엔 애매한 지점이 존재한다. 피카소라는 강력한 예술 브랜드를 호출함으로써 작가적 권위를 일부러 빌려오는 방식처럼 읽히기도 한다. 실제로 삭스는 과거 나이키나 헬로키티 등 상업적 아이콘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대중의 열광을 얻어왔지만, 피카소라는 미술사적 인물까지 '재료화'하는 이번 접근은 논쟁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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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키스(The Kiss), 2024. 종이에 젯소, 합성 폴리머, 흑연. 55.9 x 76.2 cm (22 x 30 in) *재판매 및 DB 금지 |
작가는 피카소를 다시 조각하고, 다시 그리지만, 그 흔적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제작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와 불완전함을 드러냄으로써 “예술은 완성보다 과정에 있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결국 이번 전시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피카소’라는 신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해체하고 있는 것인가.
피카소를 다시 손에 쥔 톰 삭스는 말한다. “회화든 조각이든, 내게는 전부 조각이다.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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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2021. 사진: Mario Sorrent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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