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점으로 만든 퇴색과 기억의 잔상…이은주 개인전

2025.04.29

'찰나 – 시간의 궤적을 따라서'

영은미술관서 5월 3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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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팔레 루와얄 광장, 46x55cm, 캔버스에 혼합재료,20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은주 작가는 가장 단순한 형태인 '점'으로 시간을 새긴다. 오래된 사진처럼 퇴색된 흑백 작품은 과거로의 문을 열게 한다.

이은주 개인전 '찰나 – 시간의 궤적을 따라서'가 영은미술관(관장 박선주)에서 오는 5월 3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작가가 탐구해온 ‘시간’, ‘존재’, ‘기억’, ‘소멸’이라는 주제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프랑스 유학 시절, 이은주는 파리와 앙제의 거리,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냈다. 그 위에 회화적 기법을 더해, 시간의 퇴색과 기억의 잔상을 복원하는 '퇴색(退色, Décoloration)' 시리즈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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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금강전도, 80cmx80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2 *재판매 및 DB 금지


귀국 이후에는 한국화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전통 산수화와 현대 도시 풍경을 병치하는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 시공간을 그려냈다. 디지털 콜라주와 수묵의 번짐을 결합한 화면은 동질성과 이질성이 긴장하는 현대적 풍경을 새롭게 제시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작가의 시선은 인간 너머의 세계로 향했다. 고양이, 나비, 새, 거북이, 잡초 등 말 없는 생명들을 주목하며, 텅 빈 도시 속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의 숨결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 '퇴색의 기록'에서는 프랑스 시절 사진 기반 회화를, ▲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는 산수화와 도시 이미지를 병치한 작업을,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예술'에서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시선을, ▲ '점, 절기, 숨'에서는 자연의 순환을 점묘로 기록한 '24절기' 연작을 소개한다.

작품 속 '점' 하나하나는 존재의 숨결이자, 시간의 단위다. 수천 수만 개의 점이 모여, 기억과 감정의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화려하거나 즉각적인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보는 이의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시간을 사유하고 존재를 되새기게 한다.

이은주는 "나는 점을 찍는다. 그것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가장 조용한 선언이다"고 말했다.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시대 속에서, '찰나 – 시간의 궤적을 따라서' 전시는 시간을 느끼고, 존재를 기억하는 느린 방식을 제안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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