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놀랍고 무섭고 경이로운…'인체조각' 거장 론 뮤익 왔다

2025.04.1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

30년 작업 시기별로 공개..자화상 마스크~매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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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자화상. 마스크 II, 2002, 혼합 재료, 77 × 118 × 85 cm. 개인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론 뮤익(67)은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인체 조각의 거장'으로 불린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론 뮤익의 조각은 보는 순간 경탄과 공포를 자아내게 한다.  조각적 테크닉과 표현력은 그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다. 현대인의 고통과 외로움 불안감 같은 내면의 감정이 담겨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성찰의 세계로 나아가게 이끈다.
론 뮤익의 작품은 실제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외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며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만든다.그의 작업은 수개월, 때로는 수년 간의 과정으로 완성되는데 이는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일종의 ‘시대 저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인체 조각’으로만 9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탐구해온 론 뮤익의 작품세계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총망라해 선보이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현대 조각 거장의 작품들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경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현대 조각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온 론 뮤익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오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펼치는 전시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C,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과 공동 주최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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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맨, 2019, 혼합 재료, 86 × 140 × 80 cm.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재판매 및 DB 금지


◆론 뮤익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
새롭고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론 뮤익의 회고전은 그가 30년 동안 작업한 놀라운 작품을 시기별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창작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 작품들과 함께 스튜디오 사진 연작,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현대 조각의 흐름과 변화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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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1998_2004, 혼합 재료, 202 × 65 × 99 cm. 야게오 재단 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5, 6전시실에서 선보인다. 5전시실에서는 1998년 첫 소개된 '유령'(1998/2014)과 그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젊은 연인'(2013)을 비롯하여, 실제 크기의 약 4배 되는 작가의 자화상 '마스크 II'(2002), 암탉과 중년의 남성이 마주하여 팽팽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치킨 / 맨'(2019), 침대에 누운 거대한 인물로 가로 6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 '침대에서'(2005)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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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2005, 혼합 재료, 162 × 650 × 395 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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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장소, 2018, 혼합 재료, 140 × 90 × 75 cm. ZAMU.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은 출품작 한 작품 한 작품씩 관람객들로 하여금 몰입을 끌어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가의 주요 작품과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매스'(2016-2017)도 공개한다. 이 작품은 오늘날 전쟁, 전염병, 기후 위기, 자연재해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은 위치의 역사적인 의미와 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을 고려하여 특별한 설치 방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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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20162017,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 가변 크기.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펠턴 유증, 2018.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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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_맨, 고티에 드블롱드 각본 및 감독, 2019 - 2025, HD 영화, 13분. ⓒ 고티에 드블롱드. *재판매 및 DB 금지


6전시실에서는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작가의 창작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의 작업실 사진 연작, 그리고 다큐멘터리 두 편을 선보인다.

인간의 존재와 삶, 죽음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론 뮤익 작품을 감상한 후 관람객 스스로 삶의 의미를 질문하고 예술적 성찰에 이르도록 돕는 다양한 연계 교육프로그램도 열린다.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의 작품세계와 연결되는 키워드들로 진행하는 워크숍,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관람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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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사진  고티에 드블롱드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체 조각 거장 론 뮤익은?
1958년 독일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마네킹과 소품을 제작하던 그는 1996년, 작가 폴라 레고(Paula Rego)의 의뢰로 조각 '피노키오'를 만들며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년 후 '죽은 아버지'(1996~1997)가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열린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 전시에서 주목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1년에는 '소년'(1999)이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다. 뮤익의 개인전은 북미, 유럽, 남미, 동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소개됐다. 작품은 캐나다 국립미술관(오타와), 빅토리아 국립미술관(멜버른), 테이트(영국), 휴스턴 미술관(미국),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등 다수의 공·사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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