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안토니 곰리 GROUND, 나를 비추는 조각의 방 [박현주 아트클럽]

2025.07.03

뮤지엄 SAN, 안도 타다오와 만든 곰리의 첫 상설관

7점의 녹슨 철 조각, 침묵과 감각의 돔에서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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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안토니 곰리와 안도 타다오가 협업해 탄생한 '그라운드' 공간. 곰리의 녹슨 철조각 7점이 함께 설치됐다. *재판매 및 DB 금지


[원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판테온이 닫힌 무덤이라면, GROUND는 열려 있는 무덤이자 생명의 장입니다.”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말이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 SAN.

플라워 가든 아래로 천천히 이어지는 길 끝에, 땅속 깊이 묻힌 거대한 돔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직경 25미터, 높이 7.2미터. 콘크리트로 빚은 이 원형의 공간은 무덤 같지만, 그 안엔 생명이 숨 쉰다.

지난달 문을 연 ‘GROUND’는 곰리의 세계 최초 상설관이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협력해 만든 이 장소는 빛과 철, 침묵과 바람, 시간과 감각이 한 호흡으로 공존하는 조각의 성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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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19일 강원 원주시 뮤지엄 SAN의 새로운 공간 ‘GROUND’를 처음으로 공개하여 전시에 한층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첫 협업으로 탄생한 ‘GROUND’는 내부 직경 25m, 천고 7.2m, 직경 2.4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으로, 뮤지엄 SAN의 플라워 가든 아래에 조성되었다. 빛이 원형 천창으로 유입되는 ‘GROUND’는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의 약 4분의 3 규모에 해당하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2025.06.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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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 'GROUND(그라운드)'에서 안토니 곰리의 조각이 설치 되어 있다. 2025.06.19. [email protected]


◆몸이라는 묘석, 시간이라는 조각
지하로 이어지는 좁고 어두운 동굴 같은 통로를 지나면, 천창 위로 빛이 쏟아진다.

빛은 해시계처럼 공간을 가르고, 곰리의 철제 인체 조각 일곱 점 위에 서서히 내려앉는다.

조각은 눕고, 앉고, 웅크리고 있다. 죽음을 말하는 형상이라기보다, 그저 시간 속에 숨을 고르는 존재들 같다.

곰리는 이 조각들을 "감각의 사건"이라 불렀다.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감응을 일으키는 매개이자 거울. 조각을 바라보는 순간, 철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조각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철, 빛, 그리고 믿음
곰리는 철을 선택했다.

피와 태양, 흙의 색을 닮은, 시간과 함께 부식되는 생명 같은 재료.

그가 말했다. “몸은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는 존재입니다.”

이곳에서 철은 더 이상 단단한 금속이 아니다.

빛을 머금은 살아 있는 표면이며, 산소와 대화하는 감각의 피부다.

GROUND는 믿음과 초월, 시간과 육체, 기술과 사유가 서로 다른 속도로 교차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의 조각에는 늘 '믿음'이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네팔과 인도에서의 명상 수행을 통해 몸이 '존재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체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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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곰리. 사진=뮤지엄 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은 회복의 예술
"우리는 다시 만질 수 있는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곰리는 말한다. 디지털 기기에 잠식된 시대, 사라지는 감각의 복원을 위해 조각이 필요하다고.

GROUND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침묵 속의 조각은 우리의 무게와 위치를 다시 일깨운다.

그리고 당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무언의 언어로 증명한다.

GROUND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곰리가 말한 대로, 사물의 장소가 아닌 ‘나’라는 우주의 한 점에서 울리는 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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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19일 강원 원주시 뮤지엄 SAN의 새로운 공간 ‘GROUND’를 처음으로 공개하여 전시에 한층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첫 협업으로 탄생한 ‘GROUND’입구. 2025.06.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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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첫 협업으로 탄생한 ‘GROUND’는 내부 직경 25m, 천고 7.2m, 직경 2.4m의 원형 천창을 갖춘 돔 형태의 공간으로, 뮤지엄 SAN의 플라워 가든 아래에 조성되었다. 2025.06.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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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엄 산의 전시장 '그라운드'는 안토니 곰리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협업한 새로운 공간이다. 건축, 조각, 자연이 하나로 호흡하는 ‘GROUND’는 작품인 동시에 장소로 기능하며, 뮤지엄 SAN이 설립 이래 지속해 온 ‘예술-자연-건축’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적 공간이다. 2025.06.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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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뉴시스] 박진희 기자 =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 산 'GROUND(그라운드)'. 2025.06.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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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안토니 곰리와 안도 타다오가 협업해 탄생한 뮤지엄 SAN 그라운드. 외부에서 본 공간은 열린 무덤처럼 보인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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