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칼노래' 오윤 판화 187종 한자리…40주기 특별 판화전
2026.09.29
생전·사후판 망라…판화 전작 한자리 처음
10월2일 오윤 제작 탈 ‘열린 굿판’ 무대에
유족 원판 후쇄 판화 판매도 올해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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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 '칼노래'. 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칼을 움켜쥔 사람이 한쪽 발을 번쩍 들었다. 춤인지 투쟁인지 경계가 없다. 힘껏 치켜든 팔과 다리 사이로 칼맛처럼 거친 선이 지나간다. 오윤(1946~1986)의 대표작 ‘칼노래’(1985)다.
1986년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오윤이 남긴 판화 187종이 한 전시장에 걸렸다.
오윤 40주기 특별판화전 ‘새김에서 각인으로: 1946-1986, 오윤의 궤적’이 서울 종로구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3일 개막한 전시는 10월1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 벽을 따라 크고 작은 판화가 빼곡하게 이어진다. 도판이나 화면으로 접했던 작품들을 칼이 지나간 나무의 흔적과 종이에 찍힌 먹빛 그대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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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 전시 전경. 사진=한국스마트협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생전에 찍은 판화와 유족이 원판으로 찍은 사후판을 아울러 오윤의 판화 전작이 한 전시장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 측은 이 같은 규모의 전작전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오윤에게 개인전의 시간은 짧았다. 1986년 5월 서울 그림마당 민에서 열린 ‘칼노래’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이었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 40여 점의 작품을 쏟아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에 따르면 이는 오윤 목판화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양이었다. 전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7월5일 오윤은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개인전의 표제작 ‘칼노래’를 이번 전시에서 원본으로 만날 수 있다. 같은 해 출간된 판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작품이다.
춤추는 호랑이를 새긴 ‘무호도’를 비롯해 ‘춘무인추무의’, ‘낮도깨비’, 일을 마친 몸을 웅크린 ‘피로’, 장을 보러 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할머니’ 연작 등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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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 '노동의 새벽' *재판매 및 DB 금지 |
◆책의 얼굴이 된 판화
오윤의 판화는 액자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책의 표지가 되고 인쇄물이 되어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1984년 풀빛출판사가 펴낸 박노해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 초판 표지에도 오윤의 판화가 실렸다. 1978년 이오덕이 엮은 『일하는 아이들』 표지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집과 같은 제목의 판화 ‘노동의 새벽’(1984)도 만날 수 있다.
◆오윤의 판화에는 에디션 번호가 없다.
한정된 숫자를 매겨 작품의 희소성을 높이기보다 필요한 만큼 찍어 더 많은 사람에게 이미지를 전하려 했기 때문이다. 판화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절, 그는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보다 여러 장을 찍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판화를 택했다.
하나의 작품을 귀하게 만드는 대신 하나의 이미지를 더 멀리 보내는 방식이었다. 오윤에게 복제는 희소성의 반대가 아니라 소통의 확장이었다.
동료들은 오윤이 판화 작업에 몰두하며 “이것은 문화 게릴라”라고 웃으며 말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미술은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한다.”
그가 판화를 택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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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 40주기 특별판화전 ‘새김에서 각인으로' 전시가 10월 12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
◆벽에 걸린 오윤, 다시 마당으로
전시장에 걸린 오윤은 다시 거리로도 나온다.
오는 10월2일 오후 4시 갤러리 앞 북인사마당에서는 ‘열린 굿판’이 펼쳐진다. 1984년 놀이패 한두레가 만든 마당극 ‘강쟁이 다리쟁이’ 가운데 ‘나리마당’을 공연한다.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가 연출을 맡는다.
공연에 등장하는 탈은 오윤이 만들었다. 당시 오윤은 ‘강쟁이 다리쟁이’의 미술과 탈 제작을 맡았다.
함께 탈을 만들었던 화가 김봉준은 “오윤 형은 크고 각진 권력의 탈들을, 나는 둥글고 고생에 찌든 민중의 탈들을 만든 기억이 난다”며 “이것이 오윤 형과 함께한 처음이자 마지막 공동작업”이라고 회고했다.
‘열린 굿판’은 별도의 관람권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 공연 뒤 전시장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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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판화전 '새김에서 각인으로: 1946-1986, 오윤의 궤적' 포스터.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오윤 유족이 원판으로 찍어온 후쇄 판화 판매는 올해를 끝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전시를 주최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후쇄 판화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올해 1월 씨앗페가 처음으로, 유족의 뜻에 따라 40주기인 올해까지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