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공공 건축물에 '환경도자' 개척한 권순형…‘색유만개’ 특별전
2026.05.12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자료 7703점 기증
12일부터 도자 130건·아카이브 자료 50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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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예박물관, 권순형 기증 특별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흙 위에 색을 입혔다. 유약은 물감처럼 번졌고, 불은 추상회화가 됐다.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한국 현대도예 1세대 작가 초석(艸石) 권순형(1929~2017)의 기증특별전 ‘색유만개’를 12일부터 8월 2일까지 개최한다.
권순형은 전통 청자와 백자의 형식을 넘어 ‘색이 있는 유약’인 색유(色釉)를 중심으로 도자에 회화적 표현을 도입한 한국 현대도예의 선구자다. 광복 이후 한국 현대도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1970년대부터 국립극장, 국회의사당, 한국프레스센터 등 주요 공공건축물에 대형 도자벽화를 설치하며 ‘환경도자’ 개념을 개척했다. 도자를 감상용 기물에 머물지 않고 건축과 공공 공간으로 확장한 시도였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뒤 1959년 미국 ICA 연수 프로그램으로 클리블랜드 미술대학(CIA)에서 서구 현대도예와 디자인을 접했다. 귀국 후에는 색유를 회화적으로 활용한 실험적 작업으로 기존 도자 개념을 확장하며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제시했다.
1961년부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공예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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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예박물관, 권순형 기증 특별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번 전시는 2024~2025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된 권순형 컬렉션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작품과 자료 7703점(평가액 약 59억원) 가운데 도자 작품 130건과 아카이브 자료 50여 건을 선별해 처음 공개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디자이너로 출발해 도예가로 전향한 초기 여정(1949~1968)을 조명한다. 1950년대 디자인 작업과 미국 연수 시절 제작한 색유 도예 작품, 귀국 후 초기 작업 등을 통해 권순형 작품세계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2부는 1969~1989년 시기의 유약 실험과 회화적 표현 탐구를 다룬다. 권순형은 이 시기 자신만의 독창적인 ‘백운석유(白雲石釉)’와 금속산화물을 결합한 색유를 개발해 도자 위에 추상적 화면을 구현했다. 유약 실험 노트와 시편, 도구 등도 함께 공개된다.
3부에서는 색유 표현이 예술적·기술적으로 완숙해진 1990년대 이후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절제된 색조부터 강렬한 발색까지, 권순형 특유의 색유 표현이 담긴 도자 작품 100여 건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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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예박물관, 권순형 기증 특별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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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예박물관, 권순형 기증 특별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공예박물관은 “1300도 이상의 고온 속에서 유약이 만들어내는 번짐과 흐름은 작가의 오랜 실험과 숙련이 빚어낸 결과”라며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불의 미학을 통해 현대 도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4부에서는 전시 도록과 리플릿, 영상자료, 일기와 수첩 등을 통해 예술가를 넘어 교육자이자 공예계 리더로 활동했던 인간 권순형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야간 운영한다. 6월에는 권순형의 도자벽화를 직접 둘러보는 현장 탐방과 유약 실험 과정을 조명하는 특별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