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샌디에이고 미술관, 100년 만의 한국 나들이

2025.11.25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65점 공개

세종미술관서 내년 2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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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디노 루이니,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패널에 유채, 1520년경, 64.77 cm x 82.55 cm, 샌디에이고 미술관
© The San Diego Museum of Art

Bernardino Luini, The Conversion of the Magdalene, ca. 1520, Oil on Panel, 64.77 cm x 82.55 cm; The San Diego Museum of Art: Gift of Anne R. and Amy Putnam, 1936.23. www.sdmart.org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번 전시는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기회다.”

세종미술관의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는 단숨에 16세기 르네상스의 온도로 바뀐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1520년경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화면 전체를 감싸는 미세한 안개-다빈치 특유의 ‘스푸마토’를 가장 완벽하게 이어받은 제자가 남긴, 거의 레오나르도에 필적하는 명암이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다빈치의 잊힌 명작’으로 불렸고, 최근에야 루이니의 본래 정체가 밝혀졌다.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특별전은 바로 이 ‘오해의 역사’를 첫 장면으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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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특별전은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작품 가치 2조 원. 60명. 65점. 600년.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개관 100년 동안 단 한 번도 해외에 내놓지 않았던 상설 컬렉션 25점이 서울에 왔다.

미술관 CEO 록사나 벨라스케스는 이렇게 말했다. “100년 동안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이 최초죠.”

전시는 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사실주의–인상주의–초기 모더니즘까지 유럽 회화사의 큰 줄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구성했다.

베로네세의 대리석 같은 색면, 보스의 불안한 종교적 상상력, 루벤스의 근육과 신화적 폭발력, 드가의 순간의 포착, 메리 카세트의 여성적 시선, 모네의 숨결 같은 빛, 모딜리아니의 길고 고독한 얼굴.

‘양식사’가 아니라 서양 회화가 서로에게 닿고, 건너가고, 부딪히는 거대한 흐름이 보이는 구성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명화 모음’이 아니라 서양 회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주된 흐름 자체를 보여주는 전시다.

샌디에이고 미술관 아니타 펠드만 부관장이 기획했고, 스페인 미술 연구자 마이클 브라운 박사가 큐레이팅을 맡아 전문적인 해석과 구성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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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미술관 100주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교토 순회전과 비교하면 서울은 명백히 확장 버전이다. 새로 추가된 미공개 작품 28점, 특히 인상주의 이후의 핵심 작품 대거 포함됐다.

모네–드가–로트렉–보나르–발라동–모딜리아니. 기존 일본 전시에는 없던 라인업이 서울판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됐다.

전시를 주최한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김대성 대표는 “이번 전시는 특정 사조에 머무르는 대신, 서양미술사의 핵심 뼈대를 통째로 서울로 가져온 기획”이라며 “작품성과 희소성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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