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씹다 뱉은 껌·개 혀·녹슨 톱…윤동천의 '시시한 세계’

2025.11.25

갤러리밈 10주년 특별전 12월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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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혀, 2025, 천 위에 수성페인트, 926x235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 전시는 대단하고 멋진 것이 아니라, 시시하고 미미한 것에 대한 관심으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리고 당연히, 소중합니다.”

‘예술의 일상화’를 40년 넘게 실천해 온 윤동천(68)작가가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맞아 전관 특별전을 연다.

'시시·미미'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3층부터 6층까지 총 4개 층에 걸쳐 펼친다. 회화·사진·드로잉·판화·영상·조각설치 등 약 70여 점의 신작을 통해 일상성과 사회성을 탐구해온 작가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윤동천은 1980년대 중반부터 개념미술을 기반으로, 평범한 사물·언어·풍경을 예술적 사유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어린 아이의 놀이 같기도 하고 철학적인 의제 같기도 한 단어와 이미지의 조합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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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_씹다, 2025, 접시 위에 씹던 껌, 19∅x4(h)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의 핵심은 ‘보잘것없음’이다. 녹슨 톱, 100자루의 펜, 씹다 뱉은 껌, 끓는 물에 쪼그라붙은 플라스틱병 등 흔한 일상적 사물들이 철판 전시장치와 보호 케이스 속에 ‘박물관적 존재감’으로 재배치된다. 작가는 관습적 시선을 뒤틀어 '시시한 것들의 미학'을 묻는다.

5층에서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유머를 드러내는 ‘익숙한 문구들’이 관객을 맞는다. 정교한 철제 프레임과 명조체 문구가 던지는 진지함은, 작품명 ‘개의 혀’ 앞에서 한순간 우스꽝스러운 균열을 만든다.

또한 10m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 작품, 그리고 자투리 철판을 이어붙인 ‘남은 물감 칠하기’ 작업은 추상과 일상의 경계가 어떻게 서로 침투하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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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밈 윤동천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윤동천은 “미술은 멀리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사물과 언어, 그리고 습관 속에 편재해 있다”며 “시시하고 미미해 보이는 것들이야말로 세계를 사유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밈은 “윤동천의 일관된 실험성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축”이라며 “이번 전시는 관객이 일상의 사물에서 새로운 시각적·철학적 층위를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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