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김중업×르 코르뷔지에 사진전…‘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2025.10.10
연희정음’· 주한프랑스대사관 11월 개최
![]() |
전시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역사적 만남을 출발점으로, 오늘의 시선에서 다시 쓰는 건축과 예술의 대화다.
◆베네치아에서 파리까지, 스승과 제자의 운명적 인연
1952년 9월, 유네스코가 주최한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 젊은 건축가 김중업은 그곳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처음 만난다. 같은 해 그는 파리의 아틀리에에 합류해 근대건축의 원리와 공간 철학을 몸소 배웠고, 1955년까지 이어진 이 경험은 그의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합리와 기능을 중시하는 서구 건축의 질서 위에 한국적 공간 감각을 결합한 그의 사유는, 1962년 완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가장 극적으로 구현됐다. 프랑스의 이성과 한국의 정신이 교차하는 그 건축은 두 건축가의 만남을 증언하는 결정적 작품이자, 한국 현대건축사의 기념비로 남았다.
◆반세기 만에 드러나는 ‘진해 해군공관’
이번 전시의 백미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중업의 또 다른 걸작, 진해 해군공관의 첫 공개다. 1968년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던 이 건축은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접근조차 어려웠다.
잡지 속 몇 장의 흑백 사진만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렌즈를 통해 생생한 현재의 모습이 처음 공개된다. 김중업은 이 건축에서 한국 전통의 지붕선과 빛·물의 흐름, 그리고 둥근 천공의 환상적 디테일을 통해 실험적 공간미학을 완성했다.
◆사라져가는 건축, 사진과 가구로 되살리다
전시는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다. 부산대 인문관, 경남문화예술회관, 서산부인과 등 이미 철거되거나 변형된 건축의 잔상을 사진으로 복원한다. 김용관은 건축의 시간을 기록하며, 공간이 어떻게 기억으로 퇴적되는지를 포착한다.
프랑스 작가 마누엘 부고는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프로젝트 ‘찬디가르’를 촬영한 사진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도면을 그렸던 바로 그 현장을, 반세기 뒤 새로운 시선으로 되살린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연희정음의 공간에 그의 가구를 배치하며 ‘앉고 머무는 건축’을 완성한다.
◆공간이 곧 작품이 되는 전시
이번 전시는 11월 6일 연희정음을 시작으로, 11월 7일부터는 주한프랑스대사관으로 무대를 확장한다.연희정음에서는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이 전시장 자체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사진과 가구 사이를 거닐며 ‘사는 건축’을 체험하고, 대사관에서는 두 건축가의 언어가 어떻게 닮고 다른지를 사진으로 비교한다.
◆한불 140년, 건축이 잇는 문화의 대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유산을 오늘의 예술 언어로 번역한 ‘현재형 대화’다. 사진작가 김용관·마누엘 부고, 디자이너 박종선이 참여해 한국과 프랑스, 과거와 현재, 기록과 창조가 교차한다.
전시에 맞춰 연희정음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사진작가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가 참여해,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두 건축가의 건축 이미지와 기록의 의미를 공유한다.
11월 22일 오후 3시에는 연희정음을 리모델링한 건축가 김종석, 주한프랑스대사관을 리모델링한 윤태훈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건축작업의 과정’을 소개한다. 또한 고려대 김현섭 교수가 김중업의 건축 사유를 학문적·실천적 차원에서 조명하며, 한국 현대건축의 국제적 교류와 오늘날의 의미를 짚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